이번 대통령선거는 부동산 시장을 전례 없는 거래절벽 상태로 몰아넣었다. 시장의 방향을 결정지을 공급 확대와 규제 등의 변수들이 거론되면서 시장은 거래를 완전히 멈췄다. 유력 후보들 모두 공급 확대를 대원칙으로 내세웠지만, 실현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공통점도 노출했다. 시장에서는 당장 수요와 공급에 극적 변화가 생기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매매 매물은 9일 현재 5만131건으로 지난달 9일 기준으로 등록된 매물(4만7288건)보다 6.0% 늘었다. 정확히 일 년 전인 지난해 3월 9일(4만2513건)보다 17.9% 많아졌다. 2020년 6월 8만건(8만181건)을 넘었던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패닉바잉’ 열풍으로 크게 줄었다가, 지난해부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가격이 하향 안정세로 접어드는 흐름에서 매물 증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에 서울 아파트의 실제 거래량은 526건에 불과했다. 이미 집계가 끝난 지난 1월 거래량은 1084건으로 1000건을 간신히 넘었다. 매물이 늘어도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셈이다.
매매 가격이 다소 주춤할 때에도 높은 인기를 보이던 경매시장도 완전히 얼어붙었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경매 낙찰가율은 97.3%로 전월(103.1%) 대비 5.8% 포인트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의 경매 낙찰가율이 100%를 밑돌기는 지난해 2월(99.9%) 이후 1년 만이다. 시장에서 ‘의사 결정’을 미루는 모습이 경매에서도 감지된 것이다.
그러나 대선이 의사 결정의 변곡점으로 작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대선에서 언급된 공약들은 실현되기 쉽지 않은 것들이 많은 데다, 공급대책은 최소 5~10년 걸리기 때문에 당장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며 “소비자들도 이 점을 알기 때문에 오는 6월 지방선거 이후까지 의사 결정을 미룰 수 있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 기대한 조처가 없으면 오히려 집값이 단기적으로 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 교수는 “규제 완화 정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공급 부족 현상이 심해져 가격은 우상향 기조를 이어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