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빚공화국’… “금융불균형, 금융위기보다 심각”

입력 2022-03-10 04:06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주체들이 실물 수요에 비해 빚을 많이 끌어다 쓰면서 ‘금융불균형’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최근 우리나라 금융 사이클의 상황·특징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실질 민간신용(가계+기업 신용)을 금융 사이클(순환)의 지표로 삼아 1980년 1분기부터 2021년 3분기까지 측정한 결과, 현재 금융 사이클은 1980년대 이후 7번째 확장기에 있다.

금융사이클의 심도를 가늠하는 ‘실질 신용갭률’은 지난해 3분기 5.1%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4.9%)를 상회했다. 또 2002년 4분기 신용카드 사태(3.4%) 때보다도 높았다.

실질신용갭률이 5.1%라는 것은 가계와 기업의 장기 평균 신용이 100일 때 지난해 3분기 신용이 장기 추세치보다 5.1% 더 많다는 것을 뜻한다. 그만큼 가계와 기업의 부채가 많다는 뜻으로 외부 충격시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

2019년 4분기~지난해 3분기 2년 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가계부채) 비율 상승폭은 26.5%포인트로 집계돼 글로벌 금융위기(2007년 4분기~2009년 3분기) 당시 21.6%포인트 보다 높았다. 또 신용카드 사태(8.9%포인트)의 3배 수준, 외환위기(13.4%포인트)의 2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금융사이클 국면과 심도를 여타 경제지표와의 동조관계 등을 비교·분석한 데서도 코로나19 이후 금융 불균형이 심각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사이클과 실물사이클 간의 동조화지수는 1990년 1분기~1999년 4분기와 2000년 1분기~2008년 4분기 각각 0.74, 0.69으로 강한 동조성을 보이다가 2019년 4분기~2021년 3분기 0.49로 크게 하락했다.

금융 사이클과 실물경제 사이클의 괴리 속에 경기 하강에 대응한 기준금리 인하가 신용 증가로 이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정연 한은 금융안정국 관리총괄담당은 “그간의 민간신용 증가와 최근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 증대 등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이후 빠른 확장세를 보여온 금융사이클의 주기와 진폭의 향후 움직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