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거주 유대인 이스라엘로 대피 돕는 장상길 목사 “주님 오심을 준비하는 선교”

입력 2022-03-10 03:05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수많은 유대계 우크라이나인이 이스라엘로 대피 중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눈동자와 같은 이들이라 부른 유대인을 고토(故土)로 올려보내고 계십니다. 이는 주님의 오심을 준비하라는 ‘사인(sign)’이 아닐까 합니다. 한국교회가 마음을 모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9일 인천 연수구 송도주사랑교회에서 만난 장상길(사진) 목사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장 목사는 전 세계에 흩어진 유대인 디아스포라가 선조들이 살던 이스라엘 땅으로 돌아오는 것을 돕는 ‘알리야(Aliyah) 운동’을 펼치고 있다. 알리야란 히브리어로 ‘올라감’, ‘이스라엘로 돌아감’을 뜻한다.

장 목사가 이 운동에 관심을 가진 건 2018년부터다. 당시 주한 이스라엘대사관 초청으로 이스라엘 땅을 밟으며 유대인을 향한 마음이 싹텄다. 이듬해엔 이사야서를 읽다가 이스라엘 백성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과 계획이 그의 가슴에 새겨졌다. 그해 11월 한국알리야운동본부를 출범시키고 본격 사역에 나섰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알리야운동을 펼치는 이스라엘 ‘유대인기구’가 폴란드 몰도바 루마니아 등 우크라이나 국경 인접 지역 여섯 군데에 임시피난소를 설치하고 유대인을 도왔다. 장 목사도 즉각 현지 유대인기구와 소통하며 지원에 나섰다. 9일(현지시간)엔 한국알리야운동본부의 지원으로 유대계 우크라이나인 120명이 폴란드에서 출발한 전세 비행기로 이스라엘에 도착했다.

장 목사는 이들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여줬다. 예닐곱 살 안팎의 어린 딸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온 한 여성은 “겨우 이스라엘로 ‘알리야’ 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며 연신 기쁨과 안도감이 섞인 눈물을 훔쳤다.

장 목사는 “유대인기구는 지역 간 이동이 어려운 우크라이나 현지인을 위해 1100명 넘는 전화 교환원을 두고 귀환을 돕고 있다”며 “현지 사정이 악화하면서 피난민 구출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안타까워했다.

장 목사의 알리야운동 사역은 이번이 네 번째다. 2019년 프랑스 파리에서 300여명의 유대인 송환을 도운 것을 시작으로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인도에서 매년 송환을 도왔다. 그 노력을 인정받아 주한 이스라엘대사관으로부터 친선 대사로도 임명됐다.

장 목사는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에 ‘이스라엘 기도의 집’을 세우고 매주 월요일 성도들과 이스라엘을 위해 기도한다. 그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쓴 지난 3년 동안 전 세계에서 유대인 디아스포라를 위한 비행기를 띄울 수 있었던 건 하나님이 이루신 기적이자 후원을 아끼지 않은 성도들의 헌신 덕분이었다”며 “이스라엘 백성을 주님 앞으로 돌려보내는 이 사역에 하나 돼 동참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 목사의 다음 목표는 이스라엘 땅에 100개 교회를 세우는 일이다. “한국교회가 같은 뜻을 품고 주님 오심을 준비하는 선교에 나섰으면 좋겠습니다.”

인천=글·사진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