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를 돕기 위해 소리 없이 시작한 출판사 ‘하온’이 첫 출간물로 옥한흠 시리즈를 택했다. 상징적인 선택처럼 보인다. 훌륭한 한 수다. 한국교회를 향한 예언자적 인물로 옥한흠 목사보다 더 좋은 분은 많지 않다. ‘목사가 목사에게’의 묵직한 양장본의 표지 디자인은 옥 목사의 성품을 반영했다. 중후하고 진지하고 진정성 있는 저자가 후배 목사들을 향해 자신의 목회관을 확신 있게 전하는 사진을 실었다.
‘목사가 목사에게’ 1권의 전반부에선 목회자의 소명 소양 사역에 관해 진솔하게 말하고, 후반부에는 제자훈련의 기본과 실제를 담는다. 2권의 전반부에는 아비의 마음으로 교회에 대한 생각, 교역자를 위한 당부, 성도들을 향한 권면을 전하며 후반부엔 목회의 시작과 본질을 제자훈련의 출발점으로 삼아 친절하게 진술한다.
‘옥한흠, 일상을 말하다’에 수록된 글은 1982년부터 89년까지 서울 강남 지역의 다섯 교회에서 ‘연합신앙강좌’ 이름으로 진행됐던 신앙 수련회에서 옥한흠 목사가 맡아 전했던 원고만 따로 모아 정리한 것이다. 당시 진행된 연합 강좌는 한국교회가 선교 100주년을 맞이해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며 성숙을 위해 몸부림친 흔적이자 역사였다. 당시 한국의 기독교와 그리스도인이 당면한 시대적이고 실제적인 문제들을 하나하나 솔직하고 진지하게 성경으로 풀어가려고 애쓴 흔적이 곳곳에 드러나 있다. 장례와 제사, 성, 독신, 전도, 증인의 삶, 정치 참여, 직장 생활, 교회 연합 등을 세밀하게 다룬다.
세 권의 책을 읽으며 옥 목사의 육성이 귓가에 맴도는 느낌이었다. 또박또박 쩌렁쩌렁한 음성으로, 때론 따스한 아버지의 묵직한 기침 소리와 함께 분명하고 확신에 찬 어조로 청중의 가슴에 대고 외치는 옥 목사의 강렬한 목소리가 메아리치는 듯했다. 각 메시지는 철저하게 준비된 원고였으며, 각각의 주제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치밀한 준비, 좌우로 치우치지 않은 사고의 유연성과 균형감각, 청중의 가슴에 대고 말하는 따스한 진정성, 시의적절한 인용과 표현 능력, 시대를 내다보는 통찰력과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명민함, 무엇보다 조국 교회를 사랑하는 설교자의 애절함이 글 속에 농익어 있었다. 선택한 성경 본문 해석은 진중했고 적용은 지나침이 없었다.
물론 지금에 와서 보면 몇몇 곳에서는 시대적 한계를 느낄 수 있는 지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보배로운 글과 강연의 연속이다. 저자는 더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죽어서도 말하는’ 우리 시대 목회자의 표상이다. 목회자들과 신학도들에게 강하게 권하고 싶다. 정약용의 ‘목민심서’(牧民心書)처럼 이 책들은 옥한흠의 ‘목양심서’(牧羊心書)로 부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