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수많은 사상자와 난민이 발생하고 있지만 한켠에선 한가닥 희망의 빛이 보이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협상이 계속 이뤄지고 있으며, 양측 사이에서 양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협상 대표단은 개전 12일째인 7일(현지시간) 벨라루스 서남부 브레스트주 ‘벨라베슈 숲’에서 세 번째 평화회담을 3시간 가량 진행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양측은 전쟁 상황을 크게 바꿀만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지만 민간인 대피와 관련해서는 일정 부분 합의를 이뤘다. 양측은 8일 오전부터 민간인 대피 통로를 개설하는 데 합의했다. 대피 지역에는 수도 키이우(키예프)와 제2도시 하르키우, 마리우폴, 수미 등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수미·이르핀에서 민간인 대피가 곧바로 시작됐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러시아 침공 2주도 되지 않은 이날 전쟁을 피해 우크라이나를 떠난 난민 수가 201만여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 미하일로 포돌랴크는 “전투 중단과 휴전 등을 포함하는 핵심적인 정치 부문에서 강도 높은 협의가 계속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는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측도 이번 회담에선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대화는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대표단 단장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우리는 많은 문서를 준비했고, 최소한 의정서 정도를 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즉석에서 성사되지 않았다”면서도 “우크라이나 측이 문서를 가져갔으며 검토를 거친 뒤 추후 회담에서 논의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4차 회담도 곧 열 계획이다. 러시아 대표단 레오니트 슬루츠키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은 “정확한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조만간 벨라루스에서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요구 취소와 비무장화·비나치화, 중립국 지위, 돈바스 지역 친러 분리주의 지역의 독립 인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는 즉각적인 철군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나토 가입 철회 목소리가 나와 주목된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의 수석 협상가이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당 대표인 데이비드 아라카미아는 최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토 회원국들이 향후 5~10년 동안 우리를 가입시키는 것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말했다”며 나토에 들어가지 않고, 미국과 중국 등이 개입하는 또 다른 안보동맹을 만들어 가입하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나토에 가입하지 않는 몇몇 모델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예를 들어 미국과 중국, 영국, 독일, 프랑스 같은 여러 국가들이 직접 보증할 수 있고 러시아 및 다른 파트너들과도 폭넓게 논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