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규제 강화 주문 쏟아진 中 양회

입력 2022-03-09 04:08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리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에서 온라인 게임에 대한 규제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져 나왔다. 중국은 이미 게임 중독을 막겠다는 이유로 미성년자의 게임 시간을 금~일 또는 법정공휴일 1시간(오후 8~9시)으로 제한하는 강력한 규제를 시행 중이다.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최고 정책자문 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의 쉬진 위원은 “수많은 청소년이 온라인 게임 시간 제한을 피하기 위해 성인 계정이나 정보를 구매하고 있다”며 추가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딩위안주 정협 위원은 자녀가 온라인 게임에 중독됐다면 그 부모의 게임 계정을 중지시켜야 한다는 제안을 내놨다.

게임 시간 규제에도 부모 명의로 게임을 하는 청소년이 많다며 게임 업체가 안면인식을 통한 인증제를 도입해 신분을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더 나아가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을 전면 금지하고 온라인 게임에 나오는 광고도 불허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양회 기간 나온 각종 제안이 모두 정책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그러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나 정협 전체회의에서 거론된 내용이 여론에 막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국 당국이 추가 규제에 나설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전인대와 정협을 지칭하는 양회는 중국의 한 해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자리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8월부터 미성년자의 게임 시간을 금요일, 주말, 공휴일에 하루 한 시간씩, 총 3시간으로 제한하는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그 해 3월 청소년들의 게임 중독 문제를 직접 거론한 이후 나온 조치다. 그즈음 중국 관영 매체 경제참고보는 ‘정신적 아편’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중국 최대 게임 업체 텐센트 등을 맹비난했다. 중국 당국의 눈 밖에 난 기업이 어떠한 고초를 겪게 되는지 지켜본 텐센트는 지난 춘제 연휴 기간 첫 이틀 동안 온라인 게임을 아예 못하게 하는 식으로 당국 규제에 적극 순응했다. 중국 당국이 온라인 게임을 유해 산업으로 보는 데는 게임이 영화나 드라마처럼 중국식 사상 통제에 위협이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최근 수년 동안 매달 100건 안팎의 새로운 판호(게임 서비스 허가)를 발급해왔지만 지난해 7월부터는 중단했다. 이 때문에 중국 업체는 물론이고 외국의 게임 기업들이 신규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