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18년 5월 폭파한 풍계리 핵실험장을 재건하는 듯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한국에서 대선 이후 새 정부가 들어서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사회가 혼란스러운 상황을 틈타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레드라인’을 넘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제임스마틴비확산센터를 인용해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에 새 건물을 세우고 기존 건물을 수리하는 정황이 확인됐다고 8일 보도했다.
이 센터의 제프리 루이스 동아시아국장은 미 우주기술업체 맥사테크놀로지가 최근 촬영한 풍계리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18일에는 공터였던 곳에 이달 4일 건축용 목재와 톱밥 등이 쌓여 있었다고 전했다. 루이스 국장은 “이런 변화가 최근 집중적으로 발생했다”며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 조치한 이후 처음으로 현장에서 목격된 활동”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 1월 핵실험 및 ICBM 모라토리엄(유예) 해제를 예고한 만큼 풍계리 핵실험장을 시험 재개 준비 상태로 되돌리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2018년에 실험장 입구만 폭파해 갱도 내부는 여전히 공간이 확보돼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실험장 복구는 2~3개월 내에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핵실험을 재개한다면 지난해 1월 8차 노동당 대회에서 밝힌 초대형 핵탄두 생산과 관련 있을 수도 있고, 새로운 전술핵 무기를 검증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의 모라토리엄 해제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날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만들어내는 영변 핵단지 내 5㎿급 원자로가 가동되는 새로운 징후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최근 발사한 준중거리탄도미사일이 정찰위성 실험이었다며 ICBM 발사 명분 쌓기에 들어갔다.
한편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북한 선박이 오늘 오전 9시30분쯤 서해 백령도 인근 10㎞ 해상에서 북방한계선(NLL)을 월선해 백령도로 예인해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해당 선박을 뒤쫓던 북한 경비정이 NLL을 약 7분 동안 침범했다. 이에 해군 고속정이 경고사격을 가해 퇴각시켰다. 우발적 상황이긴 하지만 북한 경비정이 NLL을 침범한 것은 2018년 이후 처음이다.
나포한 북한 선박에는 군복 차림의 6명과 사복을 입은 1명이 탑승해 있었고, 이들은 항로를 착오했다며 북으로의 송환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선 정우진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