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우리는 모두 큰 충격에 휩싸여 슬퍼하고 있습니다.
영국 에섹스의 소프로니오스 성인이 언급했듯 전쟁보다 더 큰 죄는 없습니다. 우리 교회 공동체로서 전쟁에 대해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거나 중립적 태도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습니다. 중립적 태도는 부당함을 당한 사람들에게 가해진 불의를 감추는 걸 의미합니다.
2차 세계대전 중 유럽의 그리스도교 교회들은 두려움 때문에 파시즘과 나치즘을 강력하게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였죠. 그러나 역사는 중립적 태도는 평화를 가져오는 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가르쳐 줬습니다.
정교회의 바르톨로메오스 세계 총대주교는 “우리는 모두 우크라이나의 평화 유지를 위해 온 마음을 다해 열렬히 기도하도록 부름 받았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단호히 비난했습니다. 총대주교는 “우리는 평화의 주관자이신 주 예수께 열렬한 마음으로 ‘주의 백성들아. 그에게서 힘을 얻고 축복받아 평화를 누리어라’(시 29:11)라고 기도합시다”고 했습니다.
또한 “우크라이나에서 비극적인 재앙이 펼쳐졌습니다. 이 전쟁은 여느 전쟁과 마찬가지로 끔찍하고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이성보다 불합리함이, 사랑보다 증오가, 빛보다 어둠이, 생명보다 죽음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즉시 전쟁이 종식되길 촉구하고 호소합니다. 사랑과 화해, 연대,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빛, 즉 생명의 선물이 널리 퍼지도록 호소합니다”라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계 총대주교는 “진솔한 대화를 통해 평화가 찾아올 수 있도록 협력하고 이를 위해 모든 나라의 지도자들을 초대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영적인 사람으로서, 또 민족과 문화 간의 사랑과 평화를 지키고 수호하는 사람들로서, 거룩한 복음이 우리에게 가르치듯 죽음과 파괴를 초래하는 모든 전쟁을 온 힘을 다해 규탄합시다. 전 세계 모든 그리스도교 교회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난하는 건 최우선 의무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러시아의 침략이라고 직접 선언하지 않는 사람은 이타심이나 공존 같은 단어의 의미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침묵하는 사람은 조국에 대한 수호 의무와 세상에 대한 봉사 의무에 대해 다시는 언급하지 말아야 합니다. 비인간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을 존경하는 사람들은 어느 날 아침 세상이 아우슈비츠로 변했다 해도 분개하지 마십시오.
남을 죽이는 결투장에서 단순한 구경꾼으로 있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고통을 직접 느낄 때 놀라지 마십시오. 자신이 모든 사람과 모든 것에 대한 책임자라는 걸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모든 것이 넓은 바다와 같아서, 모든 것이 흘러가고 소통하며 우리가 한 지점을 건드리면 그 움직임이 반대편으로 전달되고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스스로 인류의 역사를 이끌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야망에 찬 사람들로 인해 멸망 당할 때 불평하지 마십시오.
자신을 영적인 사람이나 사상가, 지식인으로 자랑하면서도 침묵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강력한 물질주의자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자유에 대한 갈망과 사랑으로 죽음을 맞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영원히 노예로 남을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비난과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지지는 그리스도인이 실천해야 할 의무입니다. 또한, 앞으로 악이 우리를 찾아오지 않기를 바랍시다. 그리스도를 믿는 여러분 모두에게 평화가 있기를 빕니다.
조성암 대주교(한국정교회)
◇조성암 대주교는 2016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이 설교는 지난 4일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서울주교좌대성당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평화를 기원하는 기도회에서 조성암 대주교가 전한 설교를 요약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