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의 동거 가족에 대한 격리 의무가 사라진 뒤 자녀는 양성인데 부모가 음성인 가족들 사이에서 ‘돌봄 공백’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영유아 감염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동거 가족 수동 감시’ 지침이 낳은 부작용이라 할 수 있다.
2살부터 12살까지 5남매를 양육하는 김모(39)씨 부부는 지난 1일부터 사흘 사이 남편을 제외한 모든 가족이 차례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대형마트 배송기사 일을 하는 남편은 휴가를 낼 수 없었다. 회사 측에 휴가 사용을 문의했으나 “하루 16만원씩의 용차비(대체 인력·차량비용)를 내야 쉴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확진된 5남매 병간호는 고스란히 김씨 몫이 됐다. 그는 7일 “호흡 곤란 탓에 내 몸 가누기도 힘든데 아이 5명을 어린이집에 보내지도 못하고 혼자 돌보려니 너무 힘들다”며 “아프다고 보채는 아이들에게 약을 먹이고 밥을 먹이느라 하루하루가 전쟁통”이라고 말했다. 결국 김씨의 건강 상태가 나빠져 병원에 이송된 뒤에야 남편은 회사로부터 무급 휴가 3일을 얻을 수 있었다.
개학 이후 백신 접종 대상에서 빠진 소아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이다. 3월 1주차 0~9세 10만명당 하루 평균 확진자 발생률은 669.6명으로 전체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다. 그런데 이달부터 아이만 확진된 경우 부모의 격리 의무가 사라지면서 어쩔 수 없이 아이만 두고 출근해야 하는 형편인 부모들이 발을 구르고 있는 것이다.
충남 천안에 사는 정모(34)씨 부부는 맞벌이 초등학교 교사로 다섯 살 난 딸아이를 키우고 있다. 개학을 앞둔 지난달 25일 아이가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부부는 자가진단키트 검사에서 모두 음성 반응이 나왔다.
아이는 어린이집에 갈 수 없게 됐지만, 부부는 휴가를 낼 수 없었다. 학교 측은 “개학 첫 주라 대체 인력이 마땅치 않다”며 휴가에 난색을 보였다. 회사원인 남편 역시 마찬가지였다. 휴가를 쓸 수도 없고, 아이 혼자 집에 둘 수도 없었던 정씨는 결국 전북 군산에 있는 시댁에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시어머니는 감염을 감수하고 아이와 동반 격리에 들어갔다.
정씨는 “동료 교사 중에는 확진된 아이를 집에 홀로 두고 쉬는 시간마다 다녀오기도 했다”며 “정부는 ‘동거 가족은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당사자들의 일상은 무너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고령의 어머니가 아이를 돌보면서 확진될 가능성이 큰데 어떻게 병간호를 해야 할지 벌써 막막하다”고 말했다.
충남에서 건설업에 종사하는 박모(33)씨의 경우 초등학생 두 아이와 아내 모두 지난 3일 확진됐다. 박씨는 홀로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현장직이라 재택근무 대상자가 아니었다. 아이들을 돌봐주던 장모도 확진돼 결국 몸이 아픈 아내 혼자 아이들을 돌봐야 했다. 박씨는 “몸 상태가 점점 나빠지는 가족을 뒤로하고 출근했지만 일에 집중할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