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올해 8월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을 앞두고 여성 사외이사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주요 대기업에서는 여전히 여성 임원 비중이 낮다. 여성 인력을 더 적극적으로 기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서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사 가운데 전날까지 주주총회 소집결의서를 제출한 120곳을 분석한 결과, 이번 주총에서 선임되는 신규 사내이사는 73명, 신규 사외이사는 104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여성은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45명에 그친다. 사내이사에서 여성 비율은 2.7%, 사외이사는 43.3%다.
주총에서 선임 안건이 모두 통과되면, 여성 등기임원이 1명 이상 있는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의 숫자는 125개로 늘어난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는 90곳이었다. 전체 등기임원 가운데 여성 비중은 지난해 3분기 8.2%(사내이사 9명, 사외이사 93명)에서 올해 1분기 11.2%(사내이사 10명·사외이사 135명)로 3% 포인트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등 대기업에서 여성 임원은 ‘귀한 존재’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계열사의 사장급 이상 임원 40여명 중 이부진 사장을 제외하면 여성은 1명도 없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장녀인 이 사장은 2010년 호텔신라 사장으로 승진한 뒤 현재까지 그룹 내 유일한 여성 사장으로 남아 있다. 오너가를 제외하면 삼성 그룹 내 여성 임원의 가장 높은 직급은 부사장이다.
기업들은 여성 인력을 적극 기용하겠다고 강조하지만, 목표에 한참 못 미친다. 삼성전자는 2011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10년 이내에 여성 임원 비율을 10%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었다. 삼성전자의 여성 임원 비율은 2016년 6.3%, 2017년 6.8%, 2018년 6.3%, 2019년 6.5%, 2020년 6.6% 등으로 6%대에 머물러 있다.
이런 여성 인력 활용 수준은 세계적 흐름에도 맞지 않는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유리천장지수’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29개국 가운데 최하위에 머물렀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상장기업의 이사 98%가 남성이고, 여성이 대표인 기업은 109곳 중 1곳 꼴이다. 관리직의 10% 정도만이 여성으로 채워지는 등 민간부문의 성평등이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화·사회적 규범이 일터에서 성평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관측된다. 아시아에서 많은 여성이 가족 또는 전문직업 사이에서 양자택일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