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속의 섬’ 제주 우도(牛島)는 본섬을 축소해 놓은 듯하다. 해안도로, 에메랄드빛 바다와 백사장, 들녘, 우도봉까지 빼닮았다. 섬에서 또 섬으로 가는 여정 때문에 쉽게 발걸음을 뗄 수 없는 곳이지만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풍성한 볼거리에 만족도가 높아진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검은 돌담, 원색의 지붕이 유채색 산수화를 그려낸다.
우도는 ‘소가 누워 있는 모습’을 닮아 붙은 이름이다. 섬 남쪽 바다에서 보면 소가 바다 위에 누워 있는 형상이다. 해안선 길이가 17㎞에 불과한 작은 섬이지만 풍광만큼은 옹골차다. 우도 여행은 우도8경을 중심으로 이어진다. 낮과 밤(주간명월·야항어범), 하늘과 땅(천진관산·지두청사), 앞과 뒤(전포망도·후해석벽), 동과 서(동안경굴·서빈백사)로 구분된다.
성산항에서 우도로 향하는 뱃머리에서 바라보는 우도의 아름다운 모습이 전포망도(前浦望島)다. 우도8경 중 가장 먼저 만나는 풍경이다. 맑은 날 천진항에서 제주 쪽을 보면 바다 건너 우뚝 솟은 한라산과 봉긋봉긋한 오름들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제주 368개 오름 가운데 3분의 1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천진관산(天津觀山)이다. 해넘이 풍경이 장관이다.
천진항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향하면 눈부실 정도로 새하얀 홍조단괴해변이 펼쳐진다. 천연기념물 제438호로 지정된 서빈백사(西濱白沙)다. 바다풀의 일종인 홍조류가 돌멩이처럼 딱딱하게 굳어져 형성됐다. 해변은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얗다. 파도가 밀려오면 홍조류끼리 부딪쳐 탬버린을 울리는 듯 경쾌한 소리를 낸다.
우도 최고봉인 우도봉(132m)은 천진항에서 가깝다. 소머리를 닮았다 해서 우두봉(牛頭峰) 혹은 소머리오름으로 불린다. 우도봉은 주변에 높이를 견줄 산이 없어 ‘우도 전망대’라 할 만큼 시원한 풍광을 내놓는다. 등대 아래로 날것 그대로의 우도가 펼쳐진다.
정상에서 굽어보는 풍광이 지두청사(地頭靑莎)다. 곱디고운 잔디 너머로 우도의 들녘과 원색의 지붕을 인 집들이 그려지고 바다 건너 성산일출봉이 두 눈에 꽉 찬다. 성산일출봉은 반을 잘라 왼편은 코뿔소, 오른편은 코끼리의 옆모습을 닮았다.
정상에는 구등대와 신등대 2개가 있고 주변으로 등대공원이 조성돼 있다. 우도 등대는 1906년 무인등대로 출발해 97년간 불을 밝혀오다 2003년 새로운 등대에 그 자리를 넘겨줬다. 그 아래 세계 각국의 등대 모형이 전시된 등대박물관도 들어섰다.
우도봉 아래 해안에 절경이 몰려 있다. 동안경굴(東岸鯨窟)은 우도봉 동쪽 절벽 아래 있다. ‘고래가 살 수 있을 만큼’ 규모가 커 동굴음악회가 열리곤 한다. 썰물 때 걸어 들어갈 수 있다. 후해석벽(後海石劈)은 시루떡이 켜켜이 쌓인 듯한 우도봉의 기암절벽을 일컫는다.
주간명월(晝間明月)은 우도봉 남쪽 광대코지 절벽 아래 해식동굴에서 만난다. 공식 명칭은 어룡굴(魚龍窟)이지만 주민들은 달그린안으로 부른다. 오전 10~11시 동굴 내 바닷물에 반사된 햇빛이 천장에 닿아 보름달이 뜬 듯한 형상을 보여준다. 입구엔 얼굴바위 용머리바위 등 기암괴석이 즐비하다. 인근 검멀레해수욕장에서 배를 타야 둘러볼 수 있다.
검멀레해수욕장은 이름처럼 검은 모래 해변이다. 동굴 속으로 들어가지 않더라도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검은 해변과 부서지는 하얀 파도, 그 너머로 펼쳐진 말뚝바위 등 기암절벽이 절경이다.
검멀레해수욕장에서 동쪽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비양도를 만난다. 제주 한림의 비양도와 같은 이름이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군사적 통신수단으로 사용했던 봉수대(망루), 소원을 이뤄주는 소원성취의자 등이 있다. 봉수대 바로 옆 초지는 우리나라 3대 백패킹 성지로 꼽힌다. 제주의 하늘과 바다를 야생 그대로 경험할 수 있는 천혜의 야영지다. 인근 하고수동 해수욕장도 예쁜 에메랄드빛 바다색이 인상적인 곳이다. 백옥 같은 모래와 걸어 들어가면 망가질 것 같은 해변이 매혹적이다.
우도 8경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밤 풍경을 노래한 야항어범(夜航漁帆)이다. 여름이면 비양도 등의 앞바다에서 어선들이 고기를 잡느라 불야성을 이룬다. 칠흑같이 어두운 날이라도 마을 안길은 대낮처럼 밝고 잔잔한 수면은 바다가 불꽃놀이를 하는 것처럼 현란하다.
여행메모
제주 성산항에서 배 타고 15분… 우도 관광버스·전기차·자전거 등 이용
제주 성산항에서 배 타고 15분… 우도 관광버스·전기차·자전거 등 이용
제주 성산항에서 배를 타고 15분이면 우도에 닿는다. 시기별로 운항 시간이 다르다. 3월에는 성산항에서 오전 8시 30분~오후 5시 30분 운항하며, 우도에서는 오후 5시 30분 마지막 배가 출발한다. 요금은 왕복 어른 1만500원, 승용차는 2만6000원이다. 우도에 렌터카 입도가 금지돼 있지만 우도 숙박자와 7세 미만, 65세 이상, 장애인, 임산부 등 동승시 차를 가지고 갈 수 있다. 성산항 주차요금은 1일 최대 8000원이다.
우도 천진항과 하우목동항 주변에 자전거와 전기차 등 탈것을 대여해 주는 곳이 많다. 전기차 종류가 다양하고 대여 가격은 업체마다 제각각이다. 3시간 기준으로 3만~5만원 수준이지만 주말·평일 등 상황에 따라 적용되는 시간과 가격이 다르다. 우도의 해안도로 길이는 13.2㎞. 자전거로 돌면 2시간 정도 걸린다. 우도 올레길(16.1㎞)은 자박자박 걸으면 4시간가량 걸린다.
우도8경을 중심으로 도는 관광버스도 있다. 짝수일은 해안도로를 따라 시계 방향으로 운행하며, 홀수일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운행한다. 1일 이용권을 사서 자유롭게 타고 내렸다가 관광지를 둘러본 뒤 다시 탑승해 다음 관광지로 이동할 수 있다.
우도(제주)=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