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안수 외치다 해직 “교회, 여성 소중히 여겨야”

입력 2022-03-09 03:04
총신대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한 강호숙(오른쪽), 박유미 박사가 2016년 말 서울 용산구 삼일교회에서 열린 총신대 신대원 여동문회 모임에서 함께 웃고 있다. 총신여동문회 제공

전 세계 여성들의 투표권은 앞선 여성들의 투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9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가 그들 덕분이듯, 언젠가 한국교회는 이 여성들에게 감사하게 될지도 모른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에서 여성 목사 안수를 주장하다 2016년 총신대 강단에서 배제된 두 신학자 강호숙(60·실천신학) 박유미(55·구약학) 박사. 국민일보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두 사람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강 박사는 “처음 2년은 45년간 몸담았던 교회와 교단 내 모든 친구가 싸늘하게 등을 돌리는 것 같아 매우 힘들었다. 소속 학교가 없어 연구 지원도 신청할 수 없었다. 학자로서 내 인생은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저서 ‘여성이 만난 하나님’을 본 여러 교회나 단체가 강의를 요청했다. 2018년 초교파 신학교인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는 ‘교회 여성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강의를 제안했다.

그는 여러 사람의 연대와 지지에 힘입어 연구에 매진했다. 강 박사는 “총신대를 떠난 이후 오히려 더 넓게 공부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자유를 누렸다. 성경적 페미니즘 등을 주제로 6회나 한국연구재단 논문을 썼다. 총신을 떠난 것은 ‘엑소더스(Exodus·출애굽)’와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했다. 현재 그는 여성 신학자들과 교류하면서 복음주의교회연합회 공동대표로 활동 중이다.

그는 자신이 자라고 공부한 예장합동에 대해 여전히 소망을 간직하고 있다. 강 박사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우리는 사람뿐만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모두 연결돼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교단이 이런 유기성에 주목해 여성과 청년을 소중하게 여기고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으로 잘 세워가면 좋겠다”고 했다.

박 박사는 2015년 말 총신 여동문회 예배에서 여성 목사 안수를 희망하는 기도문을 낭독했다 강사직을 잃었다. 그는 “총신대 신대원에 입학하기 전까지 사실 여성 차별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 가족들은 딸을 차별하지 않았고 나는 여대에서 공부했다. 그런데 신대원에 입학하던 해 하필 장신대에서 시위가 있었고 그 때문에 총신대로 발길을 돌렸다. 지금 돌아보면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총신대 입학 후 전혀 다른 세상이 열렸다고 한다. 자기 말을 따르지 않는다며 무턱대고 화내는 남학생을 만났고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다고 말하는 교수도 있었다. 박 박사는 “진지하게 고민하고 공부한 결과 차별로 보이는 성경 본문은 당시 가부장 사회의 옷을 입고 있다는 것, 하나님의 뜻과 당시 사회·문화적 배경을 구분하고 신중히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총신대를 떠난 뒤 ‘내러티브로 읽는 사사기’(2018)를 내면서 학자로서 큰 주목을 받았다. 안양대 겸임교수, 비블로스성경인문학연구소장, 기독교반성폭력센터 공동대표로 바쁘게 지낸다. 그는 “교인 감소의 큰 원인 중 하나는 교회의 여성 차별 문화와 신학이다. 내부에선 안 보이지만 외부에서 보면 뚜렷하다. 예장합동 총회가 여성 목사 안수를 비롯한 이슈에 전향적인 태도를 갖기 바란다”고 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