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비호감일 순 없다.’ 9일 투표하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심정은 답답하고 때로는 분통도 터진다. 코로나 팬데믹에 겨울 가뭄과 산불, 나라 밖 전쟁 소식까지 겹치면서 불안하고 어수선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천국 시민이자 이 땅의 시민으로서 정당한 투표권을 반드시 행사하라고 권면했다.
이들은 새 대통령이 겸손한 자세로 국민을 섬기고, 공약을 성실하게 이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박빙의 대결 구도 속에서 상처난 민심을 보듬는, 포용과 통합의 리더십을 실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스도인은 지지하는 후보가 낙선하더라도 새 대통령을 위해 기도하는 사명을 품고 우리 사회가 하나 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영모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은 투표를 하루 앞둔 8일 “어떤 정부가 들어서느냐는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라며 “투표는 하나님이 허락하신 권리다. 기권하지 말고 무엇이 하나님의 뜻에 맞는 선택인지 기도하면서 투표하길 바란다”고 권면했다. 김은섭 기독교한국루터회 총회장은 “그리스도인들이 내 뜻이 아닌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을 품고 투표에 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 대통령과 새 정부를 향한 교계의 바람도 다양했다. 이철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은 “안전한 사회, 건강한 사회,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우선 민생문제 해결에 힘을 쏟아 달라”고 주문했다. 권순웅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부총회장은 “하나님의 문화 명령과 선교 명령을 감당할 수 있는 나라, 미래세대에 꿈을 줄 수 있는 나라가 실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원영희 한국YWCA연합회 회장은 “여성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되면 좋겠다. 새 정부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여성을 많이 참여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이풍인 개포동교회 목사는 “우리는 모두 다 흠이 있는 사람들이다. (새 지도자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과 포용의 마음을 갖자”면서 “세속 정부 통치자는 하나님의 대리 통치 사명을 지닌 지도자이기도 하다. 하나님이 그를 통해 나라를 이끌어가심을 믿자”고 말했다. 새 대통령이 자신을 반대했던 국민도 품어야 하듯, 반대했던 지지자들도 새 지도자를 포용하자는 권면이다.
‘포스트 대선’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새 대통령이 도모하는 국민 통합의 리더십도 중요하지만 한국교회의 역할도 강조했다. 김 총회장은 “선거 후에도 이 땅이 화평하려면 ‘십자가 정신’이 있어야 한다”며 “(위정자와 국민 모두가) 섬기며 화평을 이루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류 대표회장은 “분열된 국론과 국민의 찢긴 마음을 치유하는 것은 영적인 문제로 한국교회가 나서야 한다”면서 “목회자들이 자신의 정치 이념을 복음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 공정한 설교로 성도들에게 바른길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도 누구를 찍을지 정하지 못한 이들은 조규남 파주 행복교회 원로목사가 건네는 조언도 참고할 만하다. “마음이 혼란스러우면 조용히 눈을 감고 주의 이름을 부르십시오. 성령의 인도와 계시하심을 기다리며 절대자의 음성에 귀 기울이십시오. 하나님의 관점으로 지혜와 분별력을 구하십시오.”
강주화 박지훈 박용미 임보혁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