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억 싣고… ‘KK’ 인천 회항

입력 2022-03-09 04:05
사진=AP연합뉴스

‘KK’ 김광현이 돌아온다. 빅리그 자유계약(FA) 시장에서 준척급 선발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길어지는 직장폐쇄로 표류하다가 친정팀으로 회항했다. SSG 랜더스는 추신수와 연장 계약에 이어 김광현까지 품으며 올 시즌 강력한 대권 도전 의지를 드러냈다.

SSG는 “구단 출신 최초의 메이저리거 김광현과 4년 총액 151억원(연봉 131억원, 옵션 20억원)에 계약했다”고 8일 밝혔다. 151억원은 이대호(롯데)의 4년 150억원을 뛰어넘는 KBO리그 역대 계약 최고액이다. 투수만 비교해도 FA(양현종·4년 103억), 비FA(박종훈 5년 65억) 최고금액을 뛰어넘는 압도적 규모다.

SSG는 “2년간 메이저리그(MLB)에서 성공적 시즌을 보낸 김광현 영입을 진지하게 고민했고, KBO리그 복귀를 적극적으로 타진했다”며 “4차례 한국시리즈 우승과 MLB 경험을 보유한 김광현이 투수진의 구심점이 돼 팀 전력을 상승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빅리거 출신 투·타 스타 김광현 추신수, 간판타자 최정 등의 시너지 효과로 성적은 물론 야구 흥행 바람을 연고지 인천에 랜딩(착륙)시키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김광현은 구단을 통해 “구단에서 리그 최고 대우로 가치를 인정해주셔서 친정팀 복귀에 대해 오래 고민하지 않고 빠르게 결정했다”며 “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하루빨리 팀에 복귀해 SSG가 올 시즌 우승에 도전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구단과 선수 양측의 필요가 맞아 떨어졌다. 박종훈과 문승원이 수술과 재활로 장기 결장해 시즌 중반에나 복귀할 예정인 SSG로선 선발진 강화가 급선무였다. 김광현은 통산 136승을 거둔 리그 에이스급 투수다. 김광현이 외국인 투수 월머 폰트, 이반 노바와 중심을 잡고 베테랑 노경은 이태양, 1차 지명 윤태현 등이 뒤를 받쳐준다면 선발 로테이션은 어느 팀에 견줘도 탄탄하다. KBO 최고령 선수가 된 추신수가 은퇴하기 전 대권에 정면으로 도전할 발판을 다진 셈이다.

김광현으로서도 빅리그 도전이 2년 만에 ‘절반의 성공’으로 끝나 아쉬움은 남지만 현실적 선택이었다는 평가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소속으로 2년간 35경기에서 10승 7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2.97을 기록하며 분투했다. 데뷔 첫해에는 쾌조의 컨디션에도 코로나19로 리그가 축소 운영됐고, 최근 메이저리그 노사 갈등이 길어지면서 FA 시장에서 새로운 팀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MLB 잔류 의지가 컸지만 기량과 별개로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김광현은 계약 이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2년 짧으면 짧고 길면 길었던 시간, 집 떠나와 비행기 타고 타지에서 생활이란 쉬운 게 아니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는 “고생한 만큼 배운 것도 많고 얻은 것도 많았기에 내 꿈을 쫓아 떠나온 걸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며 “나에겐 소중한 커리어가 쌓였다. 이젠 받아온 사랑을 돌려주는 일이 남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지 매체 MLB트레이드루머스는 김광현과 랜더스가 연결됐다는 소식에 “직장폐쇄 상황에서도 (FA시장에서) 흥미로운 선발 자원이었다”고 평가하며 “직장폐쇄가 풀리면 MLB는 KBO보다 훨씬 많은 연봉을 지불하겠지만 협상 지연 등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세인트루이스에서 33번을 달고 뛰었던 김광현은 메이저 진출 이후 현재까지 임시 결번으로 유지된 자신의 등번호 29번을 다시 달게 된다. 팀 훈련에는 9일부터 참가할 계획이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