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지역 산불 진화를 위해 군 당국이 총력 지원에 나선 가운데 육군 베테랑 헬기 조종사들도 현장에 투입돼 닷새째 화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번 작전을 포함해 40차례 이상 산불 진화 작전에 투입된 육군 2항공여단 소속 치누크(CH-47) 헬기 조종사 이광용(56) 준위는 8일 “30년 넘는 군 생활 동안 수십 번 산불 현장에 재난 지원을 다녔지만 이번처럼 치열한 현장은 드물었다”고 말했다.
대규모 산불 현장은 연기 때문에 시야가 제한되는 데다, 수십 대의 민·관·군 헬기가 뒤섞여 좁은 공역에서 돌풍과 고압선 등 위험 요소도 많아 헬기 조종사의 임무 수행이 쉽지 않다.
비행 시간이 7000여 시간에 달하는 이 준위는 2000년 강원 고성 산불, 2005년 강원 속초 산불 등 매년 1~2회 대형 산불 현장에 투입돼 항공 급수를 지원했다. 이 준위는 “1초라도 빨리 불이 진화돼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육군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이날까지 이 준위를 포함해 육군 헬기 조종사 240여명이 투입됐다. 대부분 비행 경력이 1000시간 이상이며 산불 진화 경험이 있는 베테랑 조종사들이다. 이들은 현재까지 1500회가 넘는 급수 작전을 펼쳤다.
내후년 전역을 앞둔 조종사도 진화 작업에 앞장섰다. 육군 13항공단에서 수리온(KUH-1) 헬기 조종사 겸 교관 임무를 수행 중인 김남국(53) 준위는 “저를 비롯한 조종사 모두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을 줄여가며 한번이라도 더 급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비통함에 빠진 주민들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준위는 이번 작전에 투입된 조종사 중 가장 긴 비행시간(8440시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최정예 항공 탑팀’에 선발됐던 블랙호크(UH-60) 조종사 정오복(42) 소령도 울진 화재 현장에서 불길을 잡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정 소령은 “악조건 속에서 연일 계속되는 비행이 녹록지 않지만, 피해 주민들의 슬픔에 비할 바가 안 된다”며 “상심에 빠진 국민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국방부는 이날 병력 1950여명과 헬기 48대를 산불 진화 작업에 투입했다. 지난 4일 이후 누적 투입 병력은 군별로 육군 병력 5297명·헬기 124대, 해군 987명, 공군 250명·헬기 19대, 해병대 2879명 등이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