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모두 대국민사과… 유권자들 피로감·반감 높았다

입력 2022-03-09 04:07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왼쪽 사진)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부인 김혜경씨(오른쪽). 뉴시스

이번 3·9 대선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는 오명을 안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대선 레이스 내내 네거티브 공방전을 벌였다.

두 후보는 물론 두 후보의 부인들까지 각종 의혹에 휩싸였던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두 후보의 부인 모두 각각 대국민 사과를 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흙탕물 대선’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피로감과 반감은 높았다.

윤 후보는 이 후보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윤 후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한 세 차례 TV토론에서 성남시장을 지낸 이 후보가 대장동 의혹의 몸통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화천대유 관계자 녹취록 등을 근거로 ‘대장동 사태는 윤석열 게이트’라고 맞불을 놨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윤 후보가 과거 부산저축은행 대출 비리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취지로 언급한 녹취록이 지난 6일 공개되자 대장동 공방은 정점을 찍었다.

민주당은 특검까지 언급하며 공세를 펼쳤지만 국민의힘은 ‘김씨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의 신천지 압수수색 거부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 재직 당시 무속인 말을 듣고 코로나19 방역 관련 신천지 압수수색을 거부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윤 후보의 부동시(不同視) 병역 면제 의혹과 관련해 법무부 자료까지 열람했지만 국민의힘은 “이미 끝난 논란”이라고 반박했다.

두 후보의 네거티브 전쟁은 배우자에게 옮겨붙었다.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에 대해선 과잉 의전과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이 제기됐다.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와 관련해선 주가 조작·사생활·학력 부풀리기 의혹, 무속인과의 연관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혜경씨와 김건희씨 모두 선거운동 마지막 날까지 유세장이나 공식 석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두 후보는 배우자 없이 혼자서 사전투표를 마쳤다.

배우자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두 후보에 대한 비호감 지표도 덩달아 치솟았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8~10일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후보와 윤 후보의 비호감도는 각각 62%와 61%로 집계됐다. 지지율을 웃도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각 당의 네거티브 전략이 선거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흑색선전이 판을 치면서 정책과 공약 경쟁이 사라진 것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8일 “이번 대선은 상대 후보를 비판하다가 끝나는 선거 같다”면서 “네거티브 포화상태에서 각 후보의 네거티브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각 후보 지지자가 결집을 마쳤고, 유권자도 마음의 준비를 다 했기 때문에 네거티브가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수 한양대 정외과 교수는 “유권자가 선거운동 기간 강하게 접한 것은 대장동과 주가 조작 등 각종 의혹뿐”이라며 “후보 간 정책 검증이 실종된 게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0선’ 인사라는 점도 이번 대선의 특징이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모든 대통령은 국회의원을 거쳤고, 대부분 대표와 총재 등 당 최고직을 겸임한 이력이 있다.

새로운 리더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변방의 아웃사이더’(이 후보)와 ‘9개월차 정치 신인’(윤 후보)을 대선 후보로 세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두 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국회와의 관계 정립은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이번 대선은 막판까지 대형 이벤트가 이어졌다. 윤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대선을 불과 6일 남겨 놓은 지난 3일 야권 단일화에 전격 합의한 것은 메가톤급 이슈였다. 네거티브 공방으로 얼룩졌지만 이번 대선의 열기는 뜨거웠던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4∼5일 실시된 사전투표는 역대 최고인 36.93%의 투표율을 기록한 것은 그 증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대선이 치러지는 것도 처음이다. 지난 5일 확진·격리자 사전투표 당시 소쿠리·박스·쇼핑백 등을 이용한 ‘전달 투표’ 방식이 대혼란을 빚기도 했다.

박세환 손재호 강보현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