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라는 공통 언어로 ‘배니싱’ 제작진 소통은 완벽했죠”

입력 2022-03-09 04:03
배우 유연석 박소이 예지원 최무성(왼쪽부터)이 8일 영화 ‘배니싱: 미제사건’ 라이브 컨퍼런스에서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오른쪽 모니터에 화상으로 참여한 드니 데르쿠르 감독이 보인다. 스튜디오산타클로스 제공

영화 ‘배니싱: 미제사건’의 연출을 맡은 드니 데르쿠르 감독이 “프랑스 감독으로서 한국에서 영화를 만들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각본 작업 과정에서 한국 영화 ‘추격자’와 ‘살인의 추억’을 참고했다”고 말했다.

서스펜스 범죄 스릴러 ‘배니싱’은 국내외 제작진이 협업한 글로벌 프로젝트다. 배우 유연석 박소이 예지원 최무성이 참석한 가운데 8일 라이브 컨퍼런스가 열렸다. 데르쿠르 감독은 화상으로 참여했다.

유연석은 전대미문의 사건을 파헤치는 엘리트 형사 진호 역을 맡아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3개 국어로 열연했다. 상대역으로는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영화 ‘007 퀀텀 오브 솔러스’의 본드걸이었던 할리우드 여배우 올가 쿠릴렌코가 출연했다. 쿠릴렌코는 사건 해결의 결정적 단서를 발견하는 법의학자 알리스 역을 맡았다. 예지원 최무성 이승준 성지루 박소이 등이 합세했다.

유연석은 “데르쿠르 감독은 매번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배우들이 흥에 겨워 연기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등 에너지가 넘쳤다”며 “현장에선 모니터석에 앉아있는 법이 없고 작은 모니터를 갖고 뛰어다니며 온몸으로 표현해 촬영장이 항상 활기에 차 있었다”고 말했다.

쿠릴렌코에 대해선 “함께 작업하는 것이 설렜다. 촬영 시작할 때쯤 팬데믹이 시작돼 쿠릴렌코는 입국 후 2주간의 자가격리 뒤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면서 “쿠릴렌코가 감독이나 스태프들과 소통하고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배우의 면모를 볼 수 있었다”고 극찬했다.

언어가 다른 배우와 제작진 간에 소통의 문제는 없었느냐는 질문에 데르쿠르 감독은 “영화라는 공통의 언어를 사용했다. 나는 음악가여서 보디랭귀지나 표정, 리듬을 통해 많은 표현을 한다. 우리는 완벽히 소통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영화는 남대문 등에서 국내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됐다. 데르쿠르 감독은 “한국 관객이 많이 관람할 것으로 예상했고 한국은 지금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곳”이라며 “프랑스 파리 같은 뻔한 장소에서 촬영하길 원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유럽의 문화가 어우러지는 제작 과정에서 충격받은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극 중 진호가 전달책을 체포하러 집에 들어가며 신발을 벗는 장면이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신발을 벗다니’ 하고 굉장히 놀랐다. 그런데 유연석이 ‘한국에선 집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저 사람이 나를 때리거나 총을 쏠 것’이라고 했다”며 웃었다.

데르쿠르 감독은 영화 ‘악보 넘기는 여자’(2006) ‘투모로우 앳 던’(2009)로 칸 영화제 ‘주목받는 시선’에 두 차례 초청됐다. 파리음악원에서 음악과 철학을 전공한 그는 프랑스 심포니오케스트라에서 수석 비올리스트를 맡고 스트라스부르음악원에서 실내악을 가르쳤다. 이번 영화 엔딩에 삽입된 곡 작업에도 참여했다. ‘배니싱’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BIFF) 초청작이다. 오는 30일 개봉.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