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에서 가장 강력한 바람은 50%를 넘나드는 정권교체 요구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 구도를 깨기 위해 인물론을 들고 나왔다. ‘유능한 경제대통령’이라는 슬로건에는 이 후보의 행정 능력을 극대화하고, 동시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정치·행정 경험 부족을 부각시키려고 했던 이 후보 측 의도가 집약돼 있다.
반면 윤 후보 측은 정권교체 열기를 최고조로 올려놓기 위해 전력을 쏟아부었다. ‘공정과 상식의 회복’이라는 캐치프레이즈는 문재인정부와 172석의 거대 여당을 정면으로 겨눴다.
전문가들은 두 후보의 선거운동 전략이 이미 결집한 양 진영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데는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또 두 후보의 전략 모두 약점을 안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8일 “두 후보의 메시지는 그 얘기를 받아들이는 양 진영의 지지층에만 수용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지지층은 윤 후보의 정권교체론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정권교체 지지층은 이 후보의 ‘유능한 경제대통령’ 슬로건에 동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이 후보는 위기에 강하다는 점을 내세웠는데, 그 위기를 만든 집권여당의 후보가 위기를 극복한다는 얘기에 사람들이 정서적 일체감을 느끼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기업인 출신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명박=경제대통령’이란 이미지와 연결이 되는데, 기업인이나 경제관료 출신이 아닌 이 후보가 ‘경제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들고나온 것은 잘 와닿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윤 후보는 지나치게 정권교체론에만 집중하는 단조로운 전략을 구사했다”며 “정권교체 외에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찾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정권교체를 강조하기 위해 수위 높은 발언을 자주 구사했던 것은 정치보복을 연상시킨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런 점을 의식해 두 후보는 메시지를 보완하는 데 주력했다.
이 후보는 정치개혁 의제를 정권교체의 대항마로 내세웠다. 통합정부와 국민내각 구성, 다당제 실현을 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위성정당 폐지, 결선투표제 도입 등 가능한 모든 수를 쏟아냈다. 이 후보는 또 성남시장, 경기지사 시절 기업유치 실적 등을 내세우며 ‘경제대통령’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애썼다. 특히 부동산 문제 등에 있어서는 문재인정부와의 차별화를 분명히 했다.
윤 후보는 정권교체 여론에만 편승한다는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 다양한 공약을 내세웠다. 20대 남성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는 데 결정적이었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이 대표적인 예다. 윤 후보는 또 문재인정부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원전 건설 재개, 청와대 해체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는 정치적 경험 부족이라는 약점을 희석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중도층이 어느 후보에게 마음을 더 열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최진 대통령리더십 연구원장은 “중도층 유권자들이 투표일 직전까지도 누구를 뽑을지 결정하지 못하고, 결국 투표함을 열어봐야 아는 이런 ‘민심 오리무중’ 현상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이가현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