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중은행들이 전통적인 은행 사업을 넘어 통신·배달·미술품 등 신사업 키우기에 몰두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기존 대출 위주의 사업 모델만으로는 성장세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기존 사업 방식으로는 인터넷전문은행과 빅테크 등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신한은행은 자체 배달대행 애플리케이션 ‘땡겨요’에 특화된 전용 카드(PLCC) 3종을 출시했다고 8일 밝혔다. 카드 종류에 따라 땡겨요 앱 결제 시 10% 할인, 커피숍·편의점 할인 등 혜택이 주어진다.
KB국민은행은 최근 자사 알뜰폰 통신사업 브랜드 ‘리브M’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비교적 저렴한 요금제를 내세워 MZ세대를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출시된 청년희망적금과 연계해 적금상품에 가입할 경우 2만원대 초반에 무제한 인터넷 요금제를 제공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알뜰폰 이익단체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가 지난달 국민은행을 향해 “과도한 출혈경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을 정도로 경쟁이 과열된 상태다.
우리은행, 하나은행도 각각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 옥션 업체와 연계한 미술품 매매 플랫폼 개발 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중은행들의 신사업 확장 배경에는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있다. 금융 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기존 대출 사업 모델만으로는 성장하기 힘들어진 탓이다. 대출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전락했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했다. 최근 몇 년간 대출 시장에선 경쟁자가 크게 불어났다. 2016년 케이뱅크를 시작으로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등장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일반 신용대출에 이어 올해부터는 기업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시중은행의 전통적 영역으로까지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은행으로선 빅테크와의 경쟁도 골칫거리다. 시중은행을 통해서만 돈을 빌리던 시대가 이미 지났기 때문이다. 최근엔 핀크, 핀다 등 대출 중개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며 은행의 기존 먹거리를 잠식해가는 실정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대출 희망자와 개인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P2P 대출업체’도 우후죽순 생겨나며 대출 수요가 분산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 은행 서비스만 찾는 고객들을 대상으로만 해선 영업 수익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앞으로 은행이 일상종합플랫폼으로 거듭나지 않는 이상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