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이란과 북한을 제치고 세계 1위 제재 대상국이 됐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대통령을 겨냥한 국제사회 제재가 얼마나 광범위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글로벌 제재 추적 데이터베이스 카스텔룸에 따르면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7일(현지시간) 현재 5530개 이상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지난달 22일부터 미국과 유럽 동맹이 주도한 신규 제재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 증가한 제재만 2778개에 달한다. 이전 제재는 대부분 2016년 미국 대선 방해, 러시아 정부의 반체제 인사 공격으로 인한 것이었다.
블룸버그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 목록이 지난 10년 동안 핵 프로그램 개발과 테러 지원 등의 사유로 3616번 제재를 받은 이란을 능가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시리아(2608건) 북한(2077건) 베네수엘라(651건) 미얀마(510건) 쿠바(208건) 등이 제재 대상국 상위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제재에는 개인과 기업, 요트와 비행기 등 자산에 대한 제한도 포함된다.
피터 피아테츠키 카스텔룸 공동설립자는 “금융 핵전쟁이자 역사상 가장 큰 규모”라며 “러시아는 2주도 채 되지 않아 세계 경제 제재의 금융 ‘왕따’가 됐다”고 꼬집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선전포고’라고 규정했었다.
블룸버그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미국과 동맹국이 푸틴의 진격을 막기 위해 경제력을 활용하겠다는 굳건한 결의를 강조한다”면서도 “동시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비회원국인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투입해 위험에 직면하는 것을 꺼린다는 사실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카스텔룸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이후 적용된 제재 대부분은 개인(2427건)에 대한 것이었다. 기업이나 정부 기관, 단체 등에 대한 제재는 343건이다.
국가별로는 스위스가 56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유럽연합(EU) 518건, 프랑스 512건 등의 순이었다. 미국은 243건의 신규 제재를 했다.
전체 기간 기준으로는 미국이 1194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캐나다(908건) 스위스(824건) 유럽연합(766건) 프랑스(760건) 호주(633건) 영국(271건) 등 순이었다.
블룸버그는 “제재를 경계했던 유럽 국가들이 앞장서고, 미국을 능가하기까지 했다”며 “실제 가장 강력한 대러 제재 조치로 평가받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차단도 유럽이 앞장섰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더 확대될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의 숨겨진 해외 자산 압류 조치가 아직 시행되지 않았고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은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 수입 금지 제재도 검토 중이다.
에드워드 피시먼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모스크바의 공격적 행동이 새로 고조될 때마다 푸틴이 집권하는 러시아와의 생산적 관계 유지는 어렵다는 걸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