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의 가장 큰 수수께끼는 왜 아직도 제공권을 장악하지 못하느냐는 것이다. 2주가 되도록 우크라이나 방공망은 살아 있다. 8일에도 러시아 군용기 두 대를 격추했고, 엊그제는 헬기를 추락시키는 영상을 공개했다. 1970년대 제작된 낡은 전투기뿐인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항공우주군은 역할을 못했다. 미국이 이라크전쟁에 사용한 외과수술식 타격은 보이지 않았다. 정밀유도무기가 미비해서라고 추측할 뿐, 그 까닭은 베일에 가려 있다. 서방의 군사전문가는 “월등한 공군력을 가진 러시아가 왜 저러는지 전술적으로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라크전쟁 때의 이라크처럼 싸우고 있다”고 했다.
지상군을 봐도 어리둥절하긴 마찬가지다. 많은 탱크를 몰고 왔는데 탱크 호위 병력이 미숙해 우크라이나의 매복에 번번이 걸려들었다. 포로로 잡힌 러시아 병사들은 2002년에 유통기한이 끝난 MRE(전투식량)를 갖고 있었다. 징집병인 그들은 싸우지 않으려고 탱크를 망가뜨릴 만큼 사기가 바닥이었다.
이런 미스터리를 풀어줄 단초를 안드레이 코지레프 전 러시아 외무장관이 제시했다. “푸틴은 20년간 군 현대화에 돈을 퍼부었다. 그 예산의 많은 부분이 유력 장성들의 럭셔리 요트와 호화생활에 빼돌려졌다. 이런 실정이 푸틴에게 보고됐을 리 없다. 그도 이번에 놀랐을 것이다. 러시아군은 포템킨 군대다.” 18세기 크림반도를 통치한 러시아의 그레고리 포템킨 총독은 예카테리나 2세의 순방 때 낙후한 현실을 감추려고 가짜 마을을 지어 보여줬다. 러시아 군대가 그 포템킨 마을처럼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썩었다는 뜻이다.
푸틴 같은 절대 권력자가 당했다면 포템킨은 어디나 있을 수 있다. 우리도 박근혜정부에서 국정농단의 포템킨 청와대를 보았고, 문재인정부에서 땅 투기에 앞장선 포템킨 공기업을 보았다. 수장이 국가 5부 요인인데 본업인 투표 관리도 제대로 못하니 선관위 역시 포템킨 위원회 아닌가. 정권이 끝나간다. 이렇게 망가진 포템킨이 또 없는지 잘 살펴봐야겠다.
태원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