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에 핫딜 쇼핑 포털 하나가 새로 탄생했다. 2010년 무렵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했으니 남들보다 늦게 시장에 진출한 후발 브랜드였다. 먼저 출발한 자들이 저만치 앞서 자리를 잡았는데 이제 막 신발끈을 맸다면, 어떤 광고를 해야 할까? 1등 브랜드를 따라가는 광고? 호기심을 자극했다가 천천히 실체를 드러내는 티저광고? 이제는 바꿔야 한다고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광고? 좀 더 고급스럽게 품격을 갖춘 광고?
이 신생 브랜드는 개그맨 출신 남자 방송인을 모델로 기용했다. 코믹한 광고를 작정했다는 뜻이다. 한 방에 쉽게 새 브랜드의 장점을 전달하겠다는 각오다. 번쩍이는 양복에 나비넥타이를 매고 링 위에 올라선 남자 모델. 이어 여자들이 차례로 링 위에 뛰어올라 남자의 뺨을 세게 후려친다. 한 여자는 생수로, 한 여자는 구두로, 또 한 여자는 생고기로. 계속해서 뺨을 올려붙이는 소리. 남자의 얼굴에 손바닥 자국이 또렷하다. 뺨을 때리는 여자들은 소리친다. “내가 제일 싸다구!” 30초 광고에서 ‘싸다구’와 함께 ‘싸’라는 음절이 10번쯤 반복됐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명확하다. 오직 하나, ‘싸다’는 것.
싸다구는 ‘귀싸대기’에서 나왔다. 귀싸대기는 귀와 뺨 부위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이 말은 ‘귀싸대기를 때리다’ ‘귀싸대기를 얻어맞다’와 같이 쓰인다. 비슷한 말로 따귀나 뺨따귀도 있다. 뺨이라는 단어는 ‘두 뺨이 불그스레하다’처럼 어여쁘게 쓰이기도 하는 데 반해 같은 뺨을 지칭하는 말이지만 따귀는 ‘따귀를 갈기다’ ‘뺨따귀를 후려치다’와 같이 쓰인다. 그러니까 귀싸대기와 따귀는 참으로 폭력적인 단어다. 역으로 생각하면 가엾고 아픈 단어다. 담당 카피라이터는 싸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하필 ‘싸다구’를 찾아냈다. 귀싸대기는 표준어인데 싸대기나 싸다구는 표준어가 아니다. 그럼에도 유사한 발음 때문에 방언인 싸다구와 ‘싸다’를 연결시키는 이 방식은 너무나 쉽고 명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지속적으로 올려붙이는 ‘가장 싼’ 핫딜 정보로 행복에 겨워 녹다운된 소비자, 이것이 후발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약속한 세상이다. 이 광고는 성공적이어서 광고가 집행된 후 브랜드는 널리 알려졌다.
싸다구 광고는 일부러 싼티 나게 만들었다. B급 정서에 소구해 친근감과 웃음을 유발하며 선두 브랜드와 차별하는 광고. 말장난으로 쉽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쉽게 잊히지 않도록 임팩트를 주는 광고. 그러면서 중독성 있게 반복하는 광고. 점점 더 세상이 복잡해지고 삶이 핍박한 시절에는 그런 광고가 효과적이다.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낄낄 웃으며 볼 수 있으니 소비자들은 마음이 가볍고, 기업은 배부르며, 광고회사는 성공을 만끽한다.
그렇다면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가. 뒤늦은 후발 주자의 공격적인 광고 전략을 십분 이해하는 나로서도 진짜로 공격적이었던 싸다구 광고를 보며, 나는 내가 따귀를 맞은 느낌이었다. 이것이 정말 최선이었을까. 온라인 광고가 대세가 된 이후 젊은 세대의 신조어나 비속한 단어들이 광고에서도 대수롭지 않게 쓰이게 됐다. 광고가 문어체 장르가 아니라 시중의 구어체 장르이기 때문이다. 고상한 척하는 광고가 좋은 광고라는 말은 아니다. 또 좋은 광고와 성공한 광고가 꼭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캡사이신을 잔뜩 풀어 넣은 매운 음식처럼 자극적이고 심지어 폭력적인 광고가 성공한 광고로 각광받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현실은 슬프다.
끊임없이 상대방의 싸다구를 올려붙이며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정치인들의 언어를 듣고 보아야 했던 지난 수개월은 참혹했다.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일부러 싼티 나는 광고 전략을 쓴 것인지 제품 자체가 진짜 허접하고 싼티 나는 것인지 소비자들은 제각기 판단했을 것이다. 정치 소비자들은 늘 기억해야만 한다. 광고가 끝나면 비로소 제품의 실체가 드러난다는 것을. 그때 소비자들은 환불이나 반품을 할 권리가 없다는 것을.
최현주 카피라이터·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