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7일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국제유가는 장중 14년 만의 최고가인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했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에다 인플레이션 확산 우려까지 높아지면서 한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1220원을 넘어서면서 1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국제유가 상승 등 악재가 겹치자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2.12포인트(2.29%) 내린 2651.31로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조1849억원, 9604억원을 순매도해 주가를 끌어내렸다. 저가 매수라고 판단한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 8월 13일 이후 7개월 만에 최대 규모인 2조1107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지수는 19.42포인트(2.16%) 떨어진 881.54로 장을 마쳤다.
일본 닛케이225지수(-2.94%), 중국 상하이지수(-2.17%) 등 아시아 증시도 급락했다.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주요국 지수도 각각 장중 3% 넘게 떨어졌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투자금이 빠져나갔다.
반면 국제유가는 2008년 7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미국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를 검토하는 데다 이란 핵 협상 타결이 미뤄진 게 악재로 작용했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장중 18% 급등하면서 배럴당 139.13달러를 찍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130.50달러까지 급등했다. 러시아 석유 수출이 차단될 경우 유가는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전망했다.
우크라이나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2.9원 급등한 1227.1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1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장 안전한 통화로 여겨지는 달러화에 수요가 몰렸다.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2000달러(약 245만원)를 한때 돌파했다.
원유 소비량이 많고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산업 전반에는 쇼크가 불가피한 상태다.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해 기업들은 더 많은 비용을 쓸 수밖에 없고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 있다. 한국 경제가 고물가 속 경기 둔화를 뜻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졌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