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반기독교 이기는 힘은 믿음의 정체성에서 나온다”

입력 2022-03-08 03:01
베스트셀러 ‘하나님의 대사’(규장) 저자인 김하중 온누리교회 장로는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덕목으로 ‘겸손’과 ‘정직’을 꼽았다. 김 장로가 지난 3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지도자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신석현

베스트셀러 ‘하나님의 대사’(규장)로 잘 알려진 김하중(75) 온누리교회 장로가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2009년 36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친 뒤 그는 집필과 집회 등으로 바쁘게 지내고 있었다. 15권에 달하는 그의 저서 가운데 12권이 은퇴 후 쓴 책들이다. 틈틈이 일본 선교 현장을 방문하고, 몇 년 전부터는 교도소를 다니며 복음을 전하고 있다.

외교관 시절, 그에겐 기념비적 사건이 많았다. 한·중 수교(1992년) 현장을 지켰고 외무부 장관 특보로 중국에서 황장엽 망명 사건(1997년)을 해결하기도 했다. 2001년 10월 주중대사로 부임해 6년 5개월 동안 근무하면서 ‘최장수 주중대사’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통일부 장관을 끝으로 공직을 마친 뒤에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더 잘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미디어를 경계하고 조심스러워했다. 행여 하나님보다 자신이 더 드러나 보이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다.

은퇴 후 행보 역시 언론 인터뷰나 노출은 극히 드물었다. 국민일보와 처음 만난 김 장로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세상을 이기는 법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정치와 사회, 외교 현안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우리 사회 전반에 밀려드는 세속화의 물결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메시지가 많았다. 믿음의 원로가 없다고 한탄하는 요즘, 오랜만에 신앙의 선배를 만난 것 같았다. 지난 3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김 장로를 만났다.

-독자들이라면 요즘 무엇을 두고 기도하는지 궁금해할 것 같다.

“교회 사역을 중심으로 집회와 여러 계기로 만나는 목사님, 선교사님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국내 문제들과 외교에 관한 여러 가지 문제, 중요한 인사들을 위한 기도도 한다. 국내 정치와 외교의 여러 상황을 볼 때마다 답답함을 느끼면서 기도한다.”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 팬데믹이 교회나 성도들에게 큰 도전 거리다.

“이런 상황에서 낙담하고 걱정해선 안 된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지켜주신다는 확고한 믿음을 품고 기쁘고 감사하며 담대하게 나아가야 한다. 14세기 유럽에서 발생한 흑사병이나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으로 전 세계가 입었던 피해에 비하면, 지금은 과학 발달로 백신도 빨리 만들어졌고 상황은 점차 나아질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재개될 여러 활동과 사역을 미리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사회 전반적으로 반기독교 정서가 강하다. 선교 여건도 녹록지 않다.

“기독교는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공격과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나타낼수록 공격을 더 받을 것이다. 하지만 절대로 위축되어선 안 된다. 오히려 성령의 능력으로 기쁘고 담대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잘 감당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하중(앞줄 서 있는 이) 장로가 2000년 6월 14일 평양 백화원 초대소에서 진행된 ‘6·15 남북공동선언 서명식’에서 의전비서관 자격으로 김대중 대통령의 서명을 보좌하고 있다. 오른쪽은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하중 장로 제공

-곧 대통령 선거다. ‘이 시대의 바람직한 지도자상’을 꼽는다면.

“36년 동안 8명의 전직 대통령들을 모셨다. 최고 지도자의 최우선 덕목은 겸손이라고 생각한다. 겸손한 지도자야말로 정쟁과 반목으로 분열된 나라를 통합해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다. 특히 지금처럼 글로벌 경쟁 시대에는 세계의 다른 지도자들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겸손한 지도자는 교만하지 않고 자랑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한다. 또 상대방과 윈-윈(win-win)을 추구하는, 대범하면서도 유연한 사람이다.

둘째, 지도자는 정직해야 한다. 지도자가 거짓말을 하면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거짓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셋째, 공정한 인사로 유능하면서도 깨끗한 인사들을 많이 등용해야 한다. 이번에 선출되는 대통령은 새롭게 전개되는 글로벌 상황에 대비해 안팎으로 기민하게 대처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논공행상식 인사가 아니라 능력 있고 훌륭한 인재들을 과감하게 발탁해야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심각하다. 외교·신앙적 관점이 있다면.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미국을 비롯한 16개국이 참전해 우리를 도와줬다. 그들의 희생으로 오늘의 한국이 있었기에 우크라이나를 적극 돕고 지원해야 한다. 교회 차원에서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더욱 악화하지 않도록 기도하는 한편, 성금과 구호품을 모아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것도 큰 힘과 용기를 줄 것이다. 유념할 것도 있다. 국가에 큰 위기가 닥칠 때를 대비해 강력한 국방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동시에 위기 때 우리를 적극 도와줄 외교적 기반(우방)을 구축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우방으로 꼽히는 미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유지해야 할까.

“미국이 얼마나 중요한 국가인지는 중국과 일본이 대미 관계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보면 알 수 있다. 중국은 미국과 새로운 형태의 대국 관계를 수립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오히려 대립 관계에 처해 있다. 일본도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최우선시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미국과 특수한 동맹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주중 대사 시절인 2005년 12월 1일 베이징TV ‘주중 외국 대사와의 대담’ 토크쇼에 출연한 김 장로(가운데)가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 김하중 장로 제공

-중국 전문가다. 새 정부와 중국과의 관계는 어떠해야 할까.

“올해는 한·중수교 30주년이다. 양국 관계는 경제적, 또는 인적 교류 면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지만, 기반은 탄탄하지 않았고 항상 불안정했다. 하지만 지난 2000년 넘게 그래온 것처럼, 한·중 양국은 우리 앞에 기다리는 도전을 이겨내야 하며 또 이겨 낼 수 있다.

새 정부에서는 중국과의 협의를 통해 사드로 악화된 양국 관계를 회복시켜야 한다. 또 동북공정·김치·한복 문제 등이 양국 관계 발전에 장애가 되지 않는 방안을 찾아내야 하며, 양국이 노력하면 찾아낼 수 있다. 중국과 적극적인 협조로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꾀하고, 남북 간의 평화를 이뤄야 한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도록 중간에서 적절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예전보다 한·일 관계도 많이 악화된 것 같다.

“한·일수교 56년이 넘었다. 하지만 양국 관계는 지금 역사상 최악이다. 답답하고 슬프다. 이제는 한일 양국의 번영과 국민 행복을 위해 정치 갈등을 해결하고 화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미국의 도움도 받아야 한다. 그러면 반드시 해결방도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미국은 공식적으로 한·일 관계의 회복을 희망하면서 그것이 앞으로 미국 정부의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라고 밝히고 있다. 차기 정부는 필요하다면 김대중 정부 시절과 같이 한·미·일 3국 협력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그것은 한·일 관계가 악화하지 않도록 하는 중요한 견제 장치가 될 것이다.

-사회 원로이자 신앙의 선배다. 믿는 자들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늘 고민이다.

“세상은 전쟁터와 같다. 사람들은 성공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다. 하지만 크리스천은 성공해서 세상을 이기는 사람이 아니다. 요한일서 5장 4~5절 말씀처럼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믿고 나의 구주로 받아들일 때 세상을 이길 수 있다. 그런데 세상을 이기려면 반드시 내 안에 계신 성령의 도우심을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끊임없이 자기의 죄를 깊이 회개하고 영으로 기도해야 한다.

그러면서 몇 가지 명심해야 한다. 첫째, 확고한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언제 어디서든지 내가 예수의 사람이고 성령이 살아계시다는 것을 담대하게 나타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성령께서 도우신다. 그러나 돈과 명예와 권력을 의식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을 주저한다면 성령의 도움을 받기 어렵다.

둘째, 사람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세상 사람들은 성공을 위해 지연과 학연, 혈연을 중시하면서 사람을 의지한다. 그러다가 위기가 닥쳤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한다. 그러나 사람을 의지하지 않고 성령님의 도우심을 구하면서 열심히 기도할 때 우리는 성령께서 주시는 지혜로 답을 알 수 있다. 또 세상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담대함으로 나아갈 수 있다.

셋째, 돈을 지나치게 사랑해선 안 된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듯이 하나님과 재물은 결코 겸하여 섬길 수 없다. 돈을 지나치게 사랑하면 성령의 도우심을 받는 것이 아주 어렵다. 돈을 사랑하는 것이 일만 악의 뿌리라는 것은 지금 세상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볼 때 더욱 분명히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크리스천은 돈을 벌거나 명예를 얻거나 권력을 가질 때도 하나님의 사랑을 힘써 실천해야 한다. 하나님께서 나와 우리 가정에 주셨던 복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흘러가도록 실천해야 한다. 특별히 가난하고 불쌍한 지체들을 돕고, 이웃과 화합함으로써 하나님의 이름이 존귀와 영광을 받도록 해야 한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