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압박 부담 고조… 외국인 일주일 동안 ‘셀코리아’

입력 2022-03-08 04:06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한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권현구 기자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시장 이탈 러시가 예사롭지 않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금융제재에 이어 러시아산 원유 금수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국제유가 급등세와 맞물리면서 원화가치까지 동반 급락하며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1조1821억원어치를 순수히 팔아치웠다.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이후 7거래일 동안 12조6645억원의 순매도 금액 가운데 가장 많은 매도 금액이다. 전쟁 발발 직전 7영업일간 순매도 금액(4659억원)의 3배가량 된다. 그간 양호한 저가 매수 흐름을 보이던 코스닥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은 지난 3일 이후 3영업일 연속 396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들마저 외국인들의 매도 대열에 가세하는 바람에 저가 매수차익을 기대하던 개인투자자들이 떨어지는 ‘칼날’을 받아내는 모양새가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 상품 현물지수는 지난주 13.01로 1970년대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발 인플레이션 압박이 최근의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국내 증시에서 이 같은 외국인들의 눈에 띄는 ‘셀코리아’ 움직임은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국내 업체들의 채산성이 더 크게 악화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에서는 2020년 현재 원유 소비량이 국내총생산(GDP) 1만 달러당 5.7배럴로 1위를 차지할 만큼 의존도가 높아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비용상승 압력이 더 크다. 이는 산업 측면에서 보면 기업의 가격 경쟁력 하락과 증시 이탈 요인으로 작용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올해 유가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결과 연평균 배럴당 120달러로 상승할 경우 경제성장률이 0.4% 포인트 추락하고 소비자물가는 1.4% 포인트 상승 영향이 있는 것으로 예측했다. 대외신인도를 나타내는 경상수지는 516억 달러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달러당 1190원대 초반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이 전쟁 개시 이후 1200원 선을 훌쩍 넘어 1230원대를 넘보기 시작한 것은 외국인 이탈에 따른 증시 약세에다 원유 순수입국이라는 태생적 멍에를 안고 있는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이 산술적으로는 수출 기업 입장에서 채산성에 도움을 줄 수 있으나 유가 급등에 따른 상승세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인플레 급등으로 소비가 더 크게 제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안전자산 선호현상 지속으로 원·달러 환율의 단기적 상단을 1250원 선으로 보고 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가능성에 따라 단기적으로 달러 강세, 원화 약세 압력이 불가피하다”면서 이달 중 원·달러 환율이 1250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