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풍이 불면 어렵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기 전에 주불을 잡아야 한다.”
7일까지 나흘째 이어진 경북 울진, 강원 삼척 산불이 중대 고비를 맞았다. 산림·소방 당국은 위협적인 동풍이 불기 전에 반드시 화두(火頭·불길이 가장 심한 앞부분)를 잡아야 하지만 현장 상황은 쉽지 않다.
산림청은 이날 서쪽 화두 제압을 목표로 울진 산불 진화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현장은 진화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수천명의 산불 진화대원과 군인들이 불길 속을 이리저리 뛰어다녔지만 주불 진화는 쉽지 않았다.
또 오랜 기간 발생한 연무 때문에 공중 시계 확보가 어려워 헬기 진화도 기대에 못 미쳤다. 오후가 돼서야 겨우 시계가 확보돼 산불 방어선 구축이 가능했다.
산림 당국은 8일 오전을 울진 주불 진화 데드라인으로 잡았다. 오후에는 동해안에서 서남 내륙쪽으로 강한 동풍이 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바람의 방향이 바뀌기 전인 오전이 주불을 진화하기 위한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8일 오후부터 위협적인 동풍이 불기 때문에 오전까지 반드시 화선을 제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울진 산불의 불길 길이는 약 60㎞로, 진화율은 50% 선에 머물고 있다. 산림 당국은 전체 헬기 86대 중 53대를 울진·삼척 산불 현장에 투입했다. 산불 진화차량 349대, 진화대원 5320여명도 투입해 화두 제압에 나섰다.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강원 산불이 울진 지역보다 진화가 빨라 강원 지역에 투입된 장비와 인력을 울진 현장에 추가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림 당국은 울진 서남쪽을 지키기 위해 울진읍 금강송면 소광리와 36번 국도에 마지막 방화선을 구축했다. 방어선 뒤에는 금강송 군락지와 울진읍 주거밀집 지역이 있다. 방어선이 무너지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금강송 군락지는 지난 6일 500m 앞까지 산불이 번져 위기를 맞았지만 당국이 밤새 산불 저지 핵심구역에 16개팀 250여명의 진화대원을 투입해 금강송 군락지로 접근하는 것을 막았다. 1600㏊의 면적에 수령 200년이 넘은 소나무 8만5000여 그루가 있는 금강송 군락지는 산림유산자원이다.
밤새 금강송 군락지를 지켜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도 바람이 서풍으로 바뀌면서 약해졌기 때문이다. 산림 당국은 7일에도 일출과 함께 산불지연제(리타던트)를 장착한 헬기 51대를 동원해 피해방지 작업을 했다.
그동안 울진·삼척 산불 진화에 가장 큰 걸림돌은 바람이었다. 산불 확산이 빨라지는 것은 물론 짙은 연기 때문에 헬기 시야까지 가려 진화에 상당한 어려움이 발생한다. 지난 6일 오후 금강송 군락지 500m 앞까지 화마가 덮친 것도 바람의 방향이 예상보다 빨리 서풍에서 북동풍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최 청장은 “강원도 산불이 잡히면 울진에 장비를 집중해 핵심 산림자산 방어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진=김재산 최일영 조원일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