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 ‘ESG 경영’ 바람타고 폐기물 처리업 속속 진출

입력 2022-03-08 18:22 수정 2022-03-08 21:11

건설업계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정착하기 위해 기술개발과 캠페인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왔다. 그중에서 안정적 수익 확보에도 도움이 되는 환경사업 투자에 특히 정성을 쏟았다. 대형 건설사들은 우월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환경사업의 인허가 장벽을 뛰어넘어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폐기물 처리산업이 치열한 경쟁 속에 과점화할 수 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달에 E-폐기물(E-waste, 오래된 휴대폰이나 PC 등의 전기·전자장비 및 부품에서 나오는 쓰레기) 전문기업 테스(TES)를 인수했다. IT기기 및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재사용하는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려는 포석이다. SK에코플랜트는 이번 인수로 기존 소각·매립 등의 폐기물 관리에서 한 발 더 나가 ‘폐기물 제로화 리사이클링’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경일(오른쪽) SK에코플랜트 사장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테스 인수합병 서명식에서 로드니 뮤즈 나비스 캐피탈 파트너스 매니징 파트너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SK에코플랜트 제공

SK에코플랜트는 폐기물 처리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왔다. 2020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폐기물 업체만 8곳을 인수·합병(M&A)했다. 환경시설관리(옛 EMC홀딩스), 의료 폐기물 처리업체인 도시환경·이메디원, 사업장 폐기물 처리기업 그린환경기술 등이 대상이다. M&A 규모는 2조8113억원에 이른다. 올해도 ‘볼트 온(인수한 기업 외에 연관 업체 혹은 유사업종 기업을 추가 인수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투자 전략)’ 방식의 M&A로 사업 덩치를 더 키울 계획이다.

현대엔지니어링 등도 폐기물 처리업체 인수에 뛰어들었다. 건설업에 뿌리를 두고 있는 기업들이 폐기물 산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건 폐기물 처리시설에 대한 국내외 EPC(설계·조달·시공)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업 전망도 좋다. 한국폐기물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하루 폐기물 발생량은 2017년 42만9500t에서 2018년 44만6100t, 2019년 49만7200t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폐기물 시장이 커지면서 한국 폐기물 처리시장 규모는 2018년 16조7000억원에서 2025년 23조70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문제는 최근 기업들이 앞다퉈 폐기물 산업으로 뛰어들면서 업계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발표한 폐기물 산업 분석보고서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폐기물 처리업체가 다수 매물로 나오면서 폐기물 처리 시장 구도에 큰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업계의 ‘높아진 몸값’을 감안할 때 최근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폐기물 처리업체를 중심으로 시장이 점차 과점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