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 5개월 연속 3%대… 물가관리 ‘비상등’

입력 2022-03-08 04:04 수정 2022-03-08 04:04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 만에 5달 연속 3%대를 이어가면서 물가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해외와 비교하면 상승 폭이 비교적 작은데, 경기 회복 속도 차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38개 회원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 기준 평균 7.2%였다. 1991년 2월 이후 3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이 7.5%, 영국과 독일은 각각 4.9%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로 OECD 평균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38개 회원국 중에서는 29위로 물가 상승률이 낮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한국의 경기 회복세가 두드러지지 않는 점을 꼽는다. 봉쇄 조치를 점진적으로 해제하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한국은 오미크론 확산 이후 거리두기 단계가 고강도로 이어지고 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의 경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물가 상승 폭이 컸는데, 한국이 물가가 크게 오르지 않은 건 그만큼 경기가 회복되지 않았다는 의미도 된다”고 말했다.

미국이나 영국 등의 물가를 끌어올린 요인이 노동자 임금 상승에 있다는 점도 차이점으로 꼽힌다. 이들 나라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저임금·저숙련 노동자 공급이 줄면서 이들의 임금이 크게 뛰었다. 특히 미국은 트럭 노동자 인력이 부족해 인건비가 올랐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감염병에 취약한 노동자 수가 감소하면서 노동자 임금이 크게 올랐다”며 “이에 비해 한국은 코로나19 영향이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해외보다 국내 물가가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고 해서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현재 국내 물가는 에너지 가격 상승 등 대외적 요인뿐 아니라 서비스 가격 등 대내적 요인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가 급등세인 상황에서 내부적 요인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커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체감 물가를 끌어올리는 외식 물가가 배달서비스 비용 증가로 크게 오른 것도 지속적으로 물가 상승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곡물 가격 상승은 5~6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생활 물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당초 상반기 내에 물가 상승 폭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장기전으로 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소비자물가가 3%대를 넘어 4~5%로 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교수는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과 함께 경기 부양을 위해 집행했던 확장 재정을 보수적으로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