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도 쓸어버린다… 러 전술에 ‘키이우 최후’ 임박

입력 2022-03-08 00:02 수정 2022-03-08 00:02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외곽 소도시 이르핀의 한 도로에 6일(현지시간) 일가족 4명이 러시아군의 박격포탄에 맞아 쓰러져 있다. 이 가족은 아버지 1명만 빼고 3명이 숨졌다. 오른쪽 사진은 러시아의 공세 속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비탈리 클리츠코(왼쪽) 시장이 시내 한 검문소를 찾아 군을 격려하는 장면.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과 시민이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지키기 위해 결사항전을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강한 저항에 부딪치자 민간인을 겨냥한 대규모 공격을 감행하는 ‘체첸·시리아 전술’로 국면전환을 시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크라이나군은 키이우 도심으로 이어지는 서쪽 외곽 대부분 다리를 폭파하고 마지막 하나 남은 다리에도 폭발물 설치를 마친 상태라고 AFP통신이 6일(현지시간) 빌로고로드카 상황을 보도했다.

빌로고로드카는 키이우 중심부에서 서쪽으로 25㎞ 정도 떨어진 교외 마을이다. 우크라이나군은 키이우로 이동 중인 러시아 지상군이 진입하면 이곳 다리를 무너뜨려 행로를 끊겠다는 계획이다.

AFP통신은 “진격 중인 러시아군과 키이우 사이에 놓인 마지막 다리 아래에 폭발물이 묶여 있다”며 “빌로고로드카의 개천을 가로지르는 이 다리는 한때 별장으로 가득했지만 지금은 전쟁터가 된 마을들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전직 낙하산 부대원인 우크라이나 의용군 캐스퍼 병장은 다리에 장착한 폭탄에 슬픈 기색을 보이며 “우리는 이 다리를 유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는 전했다. 이곳을 제외한 키이우 서쪽 측면 다른 모든 다리는 러시아 탱크의 진격을 늦추기 위한 최후의 방편으로 이미 폭파한 상태다.

캐스퍼 병장은 “상부로부터 명령을 받거나 러시아의 진군을 확인하며 우리는 다리를 폭파할 것”이라며 “가능한 한 많은 적군 탱크를 침몰시키겠다”고 다짐했다.

러시아의 압박 공격으로 키이우 방어선이 침식 당하는 상황에서 서부 지역은 적군이 수도 핵심부와 정부기관으로 더욱 수월하게 진출할 수 있는 길목으로 평가된다.

빌로고로드카 주민 일부는 게릴라전을 준비 중이다. 그중 한 명인 차량정비소 사장 올렉산드르 페드첸코(38)는 커다란 차고를 무기제조실로 개조했다. 화력이 러시아군에 크게 열세인 의용군을 지원하기 위함이다.

정비소 직원들은 작업복을 올리브색 의용군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의용군에 자원한 한 28세 정비공은 우크라이나군이 잡은 러시아군 탱크에서 떼어낸 대구경 기관총을 잘라 납땜하며 휴대용 무기로 개조했다.

페드첸코는 “우리 각자는 우리가 언제라도 공격받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며 “이게 우리의 마지막 날이 될 수 있다는 걸 안다”고 했다.

영국군 정보부는 “러시아군이 하르키우 체르니히우 마리우폴을 포함한 여러 지역의 인구밀집지역을 목표로 삼았다”며 “1999년 체첸과 2016년 시리아에서도 유사한 전술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 대표단은 우크라이나와의 3차 평화협상을 벌이기 위해 벨라루스로 출발했다고 로이터통신과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이 보도했다. 협상은 7일(현지시간) 오후2시 열릴 예정이라고 우크라이나 협상단 소속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고문이 밝혔다.

또 터키의 중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터키 외무장관이 3자 회담 형식으로 터키 안탈리아에서 만날 것이라고 터키 관령 아나돌루통신이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