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F장학회, 학생 10명에게 장학금

입력 2022-03-08 03:03
김주희(오른쪽 세 번째)씨 등 ‘DF 장학회’ 장학생들이 지난달 21일 서울 서대문구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서 열린 장학금 전달식에서 피켓을 들고 생명 나눔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대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주희(19)씨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마지막은 김씨가 달아드린 카네이션 배지를 달고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모습이었다. 김씨의 아버지 김일영씨는 2013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3명에게 신장과 간을 이식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김씨는 7일 “아버지는 어린 나에게 늘 베풀고 나누는 삶을 강조하신 분이셨다. 죽음이라는 끝에 섰을 때도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시작을 선물해 주고 싶으셔서 생전에 장기기증을 신청하셨고, 그 선택이 참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아버지에 대한 자랑스러움과는 별개로 가장을 잃은 그와 어머니, 남동생은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어머니가 안정적인 직장을 찾을 때까지 3~4년간은 경제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2004년 뇌사로 세상을 떠나면서 4명의 환자에게 새생명을 선물한 오철환씨의 아내 박미정씨도 “갑작스럽게 남편과 사별한 이후 홀로 두 아이를 키우며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힘에 부쳤다”고 고백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목사)에 따르면 2016~2020년 뇌사 장기기증인 2465명 중 1530명(62%)이 30~50대 가장으로, 이들 대부분 경제적 지원이 필수적인 어린 자녀를 두고 있었다. 본부는 2020년 한국교회와 함께 ‘DF(Donor Family) 장학회’를 조직해 장기기증 유가족을 매년 돕고 있다. DF 장학회는 지난달에도 10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며 그들이 부모의 생명 나눔에 자긍심을 품고 꿈과 재능을 이어가도록 했다.

올해로 3년째 후원을 이어가고 있는 서울 구산교회(조성광 목사)는 연말마다 ‘사랑의 동전 모으기’로 모금한 헌금을 장학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조성광 목사는 “장기기증이라는 숭고한 일을 하고 떠난 분들의 유가족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리에 성도들이 마음을 모아줬다”며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이 부모의 헌신을 누군가는 기억하고 있으며 하나님께서 그것을 갚아주신다는 것을 알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기기증 유가족은 무엇보다 기증인에 대한 존경과 배려의 문화가 확신하길 바라고 있다. 김우열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사업국장은 “생전에 뇌사 장기기증을 신청했더라도 최종적으로 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 장기기증이 진행된다. 기증인뿐 아니라 가족도 어려운 결단을 내린 셈”이라며 “아직도 우리 사회에 장기기증에 대한 편견이 남아있는데 유가족을 위한 예우에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