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과연 그 직책을 맡을 자질과 자격을 갖췄는지 의심스럽다. 우리는 21세기에 살고 있다. 선거의 공정성을 담보할 충분한 여건이 갖춰진 상황에서 대통령을 뽑는 사전투표를 치렀다. 거기에 소쿠리로 투표용지를 나르는, 그래서 어떤 조작이 자행돼도 알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나의 한 표가 성실하게 반영되리라 믿었던 이들이 투표장에 가서 그런 꼴을 당했다. 선관위는 유권자의 당연한 항의를 ‘난동’이라고 표현했다. 법을 어긴 게 없다면서 맘대로 해보라는 투였다. 갑질도 이런 갑질이 없다. 언제부터 그들은 갑이 되었나.
그 난리가 벌어진 날 노 위원장은 출근도 하지 않았다. 선관위는 “비상근이라 그렇다”고 했다. 선관위원장을 비상근으로 둔 것은 선거가 매일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평소엔 놀더라도 선거 때는 제대로 일하라는 뜻이다. 5년에 한 번 가장 중요한 선거가 진행된 날, 그것도 초유의 코로나 대선 투표를 치르는 날에 뭘 하느라 출근도 안 했는가. 난리가 벌어진 뒤 7일 출근길에 그는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다음에 얘기하자”고 했다. 정말 입장이 궁금해서 묻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그 마이크는 벌어진 일에 사과할 기회를 준 거였다. 그는 유감 표명도 없이 위원장실로 올라갔다. 이쯤 되면 이 나라 유권자들은 선관위원장에게 대놓고 무시당한 것이다.
충분히 문제가 예상됐던 선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그것이 얼마나 큰 문제인지 인식하지도 못했기에 저런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애초에 선관위원장을 맡을 자질도, 자격도 없었던 듯하다. 역량이 안 되는 이가 그 자리에 앉은 결과는 유권자의 참정권 침해에 버금가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미 기표된 투표용지가 혼란 와중에 공개돼 무효표로 간주됐다가 다시 유효표로 처리되는 촌극이 빚어졌다.
선관위는 본투표 대책을 내놨다. 확진자도 직접 투표함에 넣게 한다는데, 그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우리 민주주의는 이미 신뢰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유감스럽다”는 유체이탈 화법 따위로 아물 턱이 없다. 치유하는 방법은 규명하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어디서 잘못됐는지,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선거 후라도 국회는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 노 위원장을 불러다 앉혀야 한다. 국민의 참정권을 왜 그리 가벼이 여겼는지 물어야 한다. 국가 5부 요인의 직함을 갖고 그가 누렸던 혜택이 정당했는지 따져야 한다. 이번에 그러지 않는다면 이런 일은 또 벌어지게 될 것이다.
[사설] 노정희 선관위원장을 청문회에 세워야 한다
입력 2022-03-08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