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에 함락됐지만… 헤르손 시민은 굴복하지 않았다

입력 2022-03-07 04:08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인근에서 재한 벨라루스인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벨라루스의 부당한 개입을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 중 처음으로 러시아군에 함락됐던 헤르손에서 점령군에 맞선 대규모 반러 시위가 일어났다. 러시아군의 위협에도 헤르손 시민들은 “헤르손은 우크라이나”를 외쳤다.

5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약 2000명의 헤르손 시민들이 중앙 광장에 나와 러시아군에 맞서 가두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러시아인들은 집으로 돌아가라”며 “헤르손은 러시아가 아니라 우크라이나 땅”이라고 점령군에 항의했다.

헤르손에 우크라이나군은 없지만 시민들은 굴복하지 않고 비무장 저항 시위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한 남성은 시위 도중 도로를 지나가고 있던 러시아군 장갑차 위로 뛰어올라 우크라이나 국기를 흔들기도 했다. 러시아군은 이에 공중으로 공포탄을 발사하며 이들의 행진을 저지했으나 시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시위를 지속했다.

서방 정보 당국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저항력을 과소평가했다”며 “우크라이나의 저항은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러시아는 민간인 대피를 위해 휴전을 약속했지만 합의를 깨고 이날 공격 행위를 다시 이어갔다. 특히 러시아군에 포위돼 있는 남동부 마리우폴은 러시아 맹폭에 생지옥이 됐다.

BBC는 러시아군의 미사일이 마리우폴의 아파트, 주택, 기반시설 등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주민들은 “거리에 시신들이 널브러져 있는 등 완전히 재앙 수준”이라고 전했다. 18개월 된 아이가 폭격으로 심하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앞서 러시아는 3일 열린 2차 협상에서 교전 지역 주민 대피를 위한 일시 휴전과 인도주의 대피 통로 개설에 합의했다. 하지만 안전이 확보되지 않아 무산된 뒤 6일 다시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한편 유엔난민기구(UNHCR)는 이날 우크라이나에서 다른 나라로 피란을 간 난민 수가 150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침공한 지 불과 열흘 만이다. 필리포 그란디 UNHCR 대표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커지고 있는 난민 위기”라고 우려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