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백에 투표용지 보관, 1번 찍힌 용지도… 확진자 투표 대혼란

입력 2022-03-07 04:07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5일 오후 코로나19 확진자와 자가격리자가 투표소 밖에서 기표한 투표지를 비닐봉투에 담아 운반하고 있다. SNS 캡처

우려가 현실이 됐다. 코로나19 대유행은 대선 사전투표 대혼란으로 이어졌다. 5일 실시된 확진·격리자 사전투표를 놓고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확진자들이 기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지 못하고 투표사무원이 이를 받아 투표함에 대신 투입하면서 헌법상 가치인 직접투표와 비밀투표 원칙이 훼손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투표사무원이 유권자의 투표 내용을 볼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이 반발한 대목은 크게 네 부분이다. 첫째, 가장 문제가 됐던 확진·격리자 투표용지 투표봉투 보관 방식이다. 투표함의 형태가 아닌 우체국 택배박스나 플라스틱 바구니, 쇼핑백 등에 부실하게 보관됐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유권자들은 입구가 열린 채 바닥에 놓여 있는 택배박스, 길가 의자에 놓인 쇼핑백들을 찍어 공유했다.

선관위는 투표봉투를 바구니나 상자 등에 보관해 사전투표소로 이동하도록 규정한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규정에 따른 것이라 하더라도 관리 부실이라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둘째, 확진·격리 유권자들이 투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도 컸다. 선관위는 유권자가 투표를 마친 이후 기표용지를 담은 봉투를 투표사무원에게 건네도록 했다. 이후 투표사무원이 참관인 입회 하에 투표함에 넣는 방식을 취했다. 선관위는 코로나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본인의 투표용지가 투표함에 제대로 들어가는지 확인할 수 없던 셈이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투표사무원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 네티즌이 서울 은평구 신사1동 주민센터 투표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기표된 투표지를 받았다며 자신의 SNS에 관련 사진을 올렸다. SNS 캡처

셋째, 확진·격리 유권자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이미 기표한 투표용지를 봉투를 받는 소동이 일었다. 유권자들 사이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진 직접적인 이유다.

김은혜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공보단장은 “서울 은평구 신사1동 투표소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투표봉투 안에 기호 1번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기표한 기표지가 들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단장은 논란이 된 투표용지 사진도 함께 첨부했다.

김 의원은 “확진자인 유권자에게 한 손엔 이재명 후보가 기표된 용지, 또 한 손에는 빈 투표용지가 쥐어졌다”며 “무려 3명이 이 같은 일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선관위는 단순 실수라는 입장이다. 새 투표용지 봉투를 배부해야 하는데 이미 투표를 마친 사람의 투표용지 봉투가 배부돼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다.

넷째, 코로나 확진자들을 추운 날씨에 장시간 외부에 대기하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강동구에 거주하는 확진자 곽모(27)씨는 “투표 시간 전인 4시55분에 도착했는데도 1시간5분이 걸려서야 투표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곽씨는 “날씨가 추웠는데 금방 투표할 줄 알고 오신 어르신들께서 ‘이러다 몸이 더 안 좋아지면 어떡하느냐’는 항의도 빗발쳤다”고 전했다.

이가현 강보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