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 산불이 강원 삼척까지 강풍을 타고 동해안을 따라 번지고 강릉 옥계 산불도 퍼지는 등 지난 4일부터 사흘째 이어진 대형 산불이 여의도 면적의 53배에 달하는 산림 지역을 초토화시켰다. 정부는 1만9000여명을 투입해 진화에 나섰지만 전국에서 7개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소방자원 배분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번 산불로 동해안 일대 1만5420㏊가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되고, 463개 시설이 소실됐다고 6일 밝혔다. 피해 지역만 여의도 면적(290㏊)의 53배, 축구장 2만1500여개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번 산불은 2000년 4월 7~15일 강원 고성~경북 울진 2만3794㏊를 태웠던 동해안 산불 다음으로 22년 만에 피해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 면적을 집계한 1986년 이후 2번째다.
울진·삼척 4150세대 6497명, 동해 362세대 688명 등 모두 4635세대 7330명이 산불을 피해 임시주거시설 등으로 대피했다. 인명 피해는 없으나 강원도 강릉의 80대 여성이 대피 중 사망해 당국이 원인을 조사 중이다.
화재 진압에는 헬기 106대와 소방차 700대, 소방·경찰·군인·공무원 등 1만9000여명이 투입됐지만 강풍 때문에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울진·삼척에 건조경보·강풍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건조한 날씨 속에 강한 바람이 수시로 방향을 바꿔가며 부는 상황이다. 짙은 연무에 헬기가 공중 진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주불을 잡지 못했고, 울진의 금강송 군락지 턱밑까지 불길이 들이닥쳤다.
울진~삼척 외에도 강원 강릉~동해, 강원 영월, 부산 금정, 경기 안산, 대구 달성에 6개의 산불이 2~3일째 이어졌고, 경남 산청에서도 추가 산불이 발생했다. 중대본은 “우선 인명피해 우려가 있는 울진·삼척, 강릉·동해 지역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오후 5시 울진 현장 브리핑에서 “전체 불길의 길이가 60여㎞가 되는 방대한 화선(火線)으로, 현재 40%가량 화선을 진압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울진·삼척 일대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산불로 인한 역대 4번째 특별재난지역 선포 사례다. 정부는 이 지역 피해주택 복구비 일부를 국비로 지원한다. 주민에게는 생활안정지원금 지원, 지방세 등 납부 유예 등 간접지원도 이뤄진다. 정부는 강릉·동해 지역의 특별재난지역 추가 선포도 검토 중이다.
강준구 기자, 동해=서승진 기자 울진=전성필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