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직접 못 넣어 논란… 선관위 준비 부족에 법령 미비

입력 2022-03-07 04:04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5일 오후 코로나19 확진자와 자가격리자가 투표소 밖에서 기표한 투표지를 비닐봉투에 담아 운반하고 있다. SNS 캡처

코로나19 확진·격리자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이 불거진 배경에는 투표함 설치 관련 법령 미비와 선관위의 안이한 대응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현행법상 사전투표소 한 곳에는 한 개의 투표함만 설치할 수 있다. 감염 확산을 우려해 코로나 확진·격리자는 투표 장소가 일반 유권자와 분리됐기 때문에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직접 넣을 수 없던 것이 이번 논란의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중안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사무원이 코로나 확진·격리자의 투표용지를 보관해 일괄적으로 투표함에 넣도록 했다. 하지만 내부가 훤히 보이는 쇼핑백과 종이상자 등에 투표용지가 든 봉투를 보관하면서 불신을 키운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6일 “투표소에서 두 개 이상의 투표함을 사용할 수 없다는 법규정이 명확히 존재하기 때문에 코로나 확진·격리자의 임시기표소 옆에 투표함을 설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151조 2항은 ‘하나의 선거에 관한 투표에서 투표구마다 선거구별로 동시에 2개의 투표함을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관내 코로나 확진·격리자는 사전투표소에서 본인 확인을 거친 뒤 투표용지와 임시기표소 봉투를 교부받아 건물 외부에 있는 임시기표소에서 기표해야 했다. 기표 이후엔 투표용지를 교부받은 봉투에 넣어 투표사무원에게 전달했고, 투표사무원이 이를 보관해뒀다가 참관인의 입회하에 투표함에 확진·격리자의 기표용지를 넣었도록 했다.

특히 가장 논란이 된 것은 투표사무원이 투표용지가 든 봉투를 보관하는 방식이었다. 종이상자와 쇼핑백, 바구니 등에 투표용지를 허술하게 보관하면서 공정성 논란을 키운 것이다.

선관위는 ‘격리자 등이 제출한 봉투는 참관인이 볼 수 있는 바구니·상자 등에 담아 지정된 참관인과 함께 사전투표소로 이동해 참관인 참관하에 투표지를 투입한다’는 지침을 따랐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선관위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시간이 지체되는 것을 막고자 투표용지 여러 개를 한꺼번에 옮기다 보니 바구니가 작을 경우 쇼핑백, 박스에 담게 된 것”이라며 “현장에서 긴급하게 조치하다 보니 미숙한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선관위의 조치는 ‘선거인이 기표내용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게 접어 투표 참관인의 앞에서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고 규정한 공직선거법 157조 4항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코로나 확진자도 투표를 가능하도록 한 법개정으로 임시기표소 설치 등 기존 선관위 규칙을 준용한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