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오일쇼크 아른… ‘S’ 공포 그림자

입력 2022-03-07 04:07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국내 물가 급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으로 수입하는 원유인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지난 4일 기준 배럴당 108.84달러로 치솟은 상태다. 사진은 6일 서울 서초구 한 주유소에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ℓ당 각각 1879원, 1749원으로 표시돼 있는 모습. 서영희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경제 충격이 이달 말 한국 경제를 본격적으로 강타할 전망이다. 경기 흐름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스태그플레이션(경제침체 속 고물가)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3월을 기점으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0%를 넘길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실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개월 뒤쯤인 이달 중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곡물 가격 급등세가 소비자물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유가와 곡물 가격은 다른 상품·서비스의 원재료가 된다는 점에서 전방위적인 물가 상승을 부르는 요인이다. 지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로, 5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보였다.

더 큰 문제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서방과 러시아 간 보복의 악순환으로 장기화할 경우다. 전 세계 교역량이 위축될 경우 수출 주도의 한국 경제는 다른 국가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경기 침체기에 물가가 높아지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커진 것이다.

1970년대 오일쇼크 때처럼 스태그플레이션이 다시 올 수 있다는 공포감은 이미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블룸버그 원자재 현물지수는 지난 한 주간 13.02% 뛰어올랐다. 이는 관련 집계가 시작된 1960년 이후 역대 최고 주간 상승률로, 오일쇼크가 한창이던 1974년 9월 마지막 주의 상승률 9.67%를 가뿐히 뛰어넘은 것이다.

다른 주요 원자재 시장 가격 지표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골드만삭스 원자재지수(GSCI)도 같은 기간 20.03% 치솟아 집계가 시작된 1970년 이후 가장 높은 주간 상승률을 나타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근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도 한국 경제가 슬로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슬로플레이션이란 경기 회복 속도가 둔화되는 상황 속에서도 물가 상승이 나타나는 것을 뜻하는 용어이다. 스태그플레이션과 비슷하지만 그보다 경기 하강의 강도가 약할 때 쓰인다.

정부가 지난해 말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했던 성장률 목표치(3.1%)와 물가 전망치(2.2%)의 수정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실제 ‘물가 4%·성장률 2%대’를 내다보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정부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2분기 연속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을 일컫는데, 현재 상황은 경기 침체로까지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6일 “물가 전망치는 조정 여지가 있지만, 성장률 조정은 아직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TF 회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고 있는 벨라루스에 대해서도 동일한 수출 통제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황인호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