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의 뒷심은 매서웠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막판 몰아치기’로 역전 우승을 안았다. 그는 개인 통산 13승과 동시에 15라운드 연속 60대 타수와 30라운드 연속 언더파라는 신기록도 LPGA 역사에 남겼다.
고진영은 6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 뉴 탄종 코스(파72·6749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총상금 170만 달러)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로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를 기록한 고진영은 15언더파 273타를 기록한 전인지와 이민지(호주)를 제치고 우승컵을 안았다.
3라운드를 선두에 한 타 차 뒤진 공동 2위로 마친 고진영은 선두 전인지, 이정은6과 같은 조에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했다. 초반 분위기는 이정은6이 좋았다. 이정은6은 전반에만 4개의 버디를 쓸어 담으며 앞서 나갔다. 태국의 아타야 티티쿨도 초반 7개 홀에서 버디 5개를 쓸어 담으며 리더보드 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고진영은 1~7번 홀 연속 파 행진을 벌였다. 전반 막판 8·9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았지만, 12번 홀(파4)에서 한 타를 잃었다.
고진영의 무서운 집중력이 발휘된 건 13번 홀(파5)부터였다. 고진영은 13번부터 16번 홀까지 4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특히 15번 홀(파3)에서는 그린 밖에서 약 15m 버디를 잡아내는 엄청난 퍼팅을 선보였다. 이정은6과 함께 동 타인 상황을 맞이한 고진영은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약 2m 거리에 붙인 뒤 버디로 연결하면서 우승을 안았다. 이정은6은 막판 더블 보기를 범해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저력을 보인 그는 개인 통산 13승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2021시즌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에 이은 2연승이다. 최근 10개 대회에서 6번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고진영은 우승뿐만 아니라 15라운드 연속 60대 타수와 30라운드 연속 언더파의 신기록을 달성하는 겹경사도 누렸다. 지난해 BMW 챔피언십 2라운드부터 60대 타수를 기록해온 그는 이번 대회에서 69타-67타-69타-66타를 쳐 15라운드 60대 타수 신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본인과 아니카 소렌스탐, 유소연 등이 기록한 14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다. 본인과 소렌스탐이 갖고 있던 29라운드 연속 언더파 기록도 넘어섰다.
고진영은 “전반에는 썩 좋지 않았는데, 후반에 집중했다. 우승도 할 수 있겠다며 최선을 다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신기록에 대해선 “지난해 신기록을 쓸 기회가 있었는데 이루지 못했다”며 “이른 시일 안에 다시 기회를 잡아 기록을 깰 수 있었다. 한 단계 더 성장했음을 증명해 더없이 기쁘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선 한국 선수들은 대거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4년 만에 우승에 도전했던 전인지는 공동 2위로 마감했다. 전인지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뛸 수 있어 행복했다. 다시 한번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양희영은 공동 6위, 김아림은 공동 9위를 기록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