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공세로 금방 끝날 것 같았던 전쟁이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강력한 저항 등으로 잠시 소강상태를 빚고 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또다시 전면전을 시사하고 있고, 서방 세계의 경제 제재와 군사력 지원 등이 이뤄지면서 대형 유혈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싸움을 중단하고 러시아의 요구를 수용하는 경우에만 군사작전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이 크렘린궁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우크라이나 내 군사 인프라 제거 작전이 거의 종료돼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인프라는 아니지만 주로 무기고, 탄약고, 군용기, 방공미사일 시스템 등을 파괴했다. 사실상 이 작업이 거의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작전은 총참모부가 설정한 계획과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제 인프라 제거를 완료한 만큼 수도 키이우(키예프) 등에 대한 전면적 공세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푸틴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에 비행 금지 구역을 설정하는 나라는 전쟁에 개입한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가 임시 휴전을 제안해 놓고 국제적인 비난을 피하고, 부대를 재정비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서방은 경제 제재뿐 아니라 군사력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국이 폴란드에 F-16 전투기를 제공하고, 폴란드가 러시아산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거래를 검토 중”이라고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폴란드가 자국에 있는 러시아산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고, 폴란드 전력 공백을 미국이 메워주는 방식이다. 또 미 항공모함 해리 S 트루먼호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 악화에 따른 비행 작전에 대비해 이번 주 에게해 북부에 머물고 있다고 CNN이 보도했다. 미 당국자는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 시 미 해군이 흑해에 더 많은 전투기를 보내 정찰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고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동맹국 및 파트너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조치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한 비용 인상을 위해 민간 산업과 협력하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또 미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인도·경제적 지원을 늘리고 있으며, 추가 지원 자금 확보를 위해 의회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6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우겠다며 자원한 외국인이 52개국에서 거의 2만명이라고 밝혔다. 안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몰도바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수 있는 항공기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