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발생한 주요 이상반응에 대한 첫 과학적 인과성 평가 결과가 나왔다. 그간 주로 접했던 해외 접종자 기반이 아닌, 한국민의 실제 접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의미가 상당하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코로나백신 접종에 따른 사망률과 급성 심근경색증, 급성 심근염·심낭염, 뇌졸중 발생의 연관성을 분석한 중간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질병관리청은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발생과 피해 보상 논란이 커지자 지난해 11월 의학한림원에 관련 연구를 의뢰했고 한림원은 ‘코로나19백신안전성위원회’를 구성해 질병청 의뢰 44개 이상반응에 대한 인과성 및 연관성 평가를 진행해 왔다.
이번 연구결과를 요약하면 현재 국내 주력 접종 백신 플랫폼인 화이자, 모더나사의 메신저리보핵산백신(mRNA)과 급성 심근염(심장근육의 염증) 발생의 인과성 근거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반면 급성 심낭염(심장 바깥 막의 염증)의 경우 현재까지는 인과성을 인정할 명백한 근거가 부족하며 급성 심근경색도 인과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뇌졸중 발생 역시 지금까지 연구로는 백신접종과 연관성이 뚜렷하지 않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백신 접종에 따른 사망률 증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연구는 전체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접종 피해자 개인의 이상반응에 대한 인과성 인정 행정기준은 아니다. 또 일부 이상반응의 경우 연구방법론이나 자료의 제한 등으로 연구에 한계가 있음을 연구자들이 인정하고 있는 만큼 추가 연구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질병청은 통계적 연관성이 확인된 mRNA백신과 급성 심근염 발생에 대해선 백신안전성위원회의 의견을 적극 검토해 오는 14일쯤 관련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또 심근염의 인과성 인정기준이 확대되면 피해 보상을 소급 적용하며 별도 신청은 필요 없다고 밝혔다.
화이자·모더나 백신과 심근염 “통계적 유의성”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는 지난해 3~8월 국내 전체 인구집단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 후 급성 심근염과 심낭염 발생 기댓값과 실제 관찰값을 측정했다. 6개월간 실제 관찰된 심근염과 심낭염 발생률은 각각 0.367건(인구 10만명당), 0.228건으로 기댓값 대비 심근염 8.5배, 심낭염은 1.3배 증가한 걸로 나타났다.
백신 1회 접종 후 위험구간 내 심근염 발생률은 대조구간 대비 화이자 백신 3.57배, 모더나 백신이 5.67배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발생률 증가를 보였다. 또 백신 1회 접종 후 위험구간 심낭염 발생률은 대조구간 대비 화이자 백신 9.60배, 모더나 백신 7.00배 증가를 보였다.
반면 플랫폼이 다른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백신(바이러스 벡터 방식)에서는 발생률의 유의한 증가가 관찰되지 않았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와 국내외 평가를 종합해 볼 때 급성 심근염과 mRNA백신 접종과는 인과성을 인정할만한 근거가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반면 심낭염은 국내 발생률 증가가 관찰됐으나 추가적인 조사와 관찰 기간이 필요하며 해외에서도 연구마다 결과가 조금씩 달라 인과성 기준을 완전히 만족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공동 연구를 진행한 김계성 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특히 급성 심낭염의 경우 mRNA백신 접종 후 흉통으로 내원한 환자의 상당수가 심낭염 진단 기준을 만족하지 않았음에도 진료 시 진단명이 심낭염으로 돼 있을 가능성이 있어 과다 보고됐을 개연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백신 접종 후 가슴통증으로 질병청에 보고된 6만여명에 대해 얼마나 많은 환자에서 건강보험공단의 진단명이 급성 심낭염으로 돼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재훈 교수는 코로나19 백신 1·2회 접종자와 특성이 유사한 2019년, 2020년 인구집단과의 접종 후 14, 28일 이내 사망률을 비교한 결과 증가는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남경 이화여대 융합보건학과 교수는 또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급성 심근경색증 발생률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게 발생했으나 코로나 감염에 의한 영향일 수도 있다고 봤다. 백신 접종 후 위험 구간에서의 심근경색증 발생 위험은 대조군에 비해 유의한 증가를 보이지 않았다. 최 교수는 “국내외 인과적 근거 평가를 종합해 보면 코로나 백신과 급성 심근경색은 인과성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중엽 서울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안상준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코로나 백신 1차 접종 후 90일 내 뇌졸중 발생 연구에서 접종과 뇌졸중 간 뚜렷한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