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이성윤 공소장’ 유출 의혹 사건의 압수수색 위법성 여부를 심리하는 법원이 공수처에 지난해 11월 압수수색에 참여한 경찰관들의 정보와 역할을 명확히 밝혀 달라는 서류를 발송했다. 유출 장본인으로 지목돼 압수수색을 받았고 위법성을 주장하며 준항고를 제기한 옛 수원지검 수사팀의 구석명 신청(재판장에게 상대방의 설명을 요구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 서면을 공수처에 보낸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수원지검 수사팀이 “지난해 11월 26일과 29일 압수수색에 참여한 공수처 파견경찰관들의 소속 직급 이름을 특정하도록 석명해 달라” “공수처 수사과의 구성과 역할을 특정해 달라”는 구석명 신청 서면을 공수처에 발송했다. 이 서면은 지난 2일 공수처에 송달됐다. 형식상으로는 준항고인의 서면 사본을 그대로 피준항고인에게 보낸 것이지만, 법조계는 사실상 재판부가 공수처를 상대로 답변을 요구한 것이라고 본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6일 “필요 없는 주장이었다면 전달되지 않았을 것이고, 결국 심리를 위해 사실 확정이 필요하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지난해 11월 이성윤 공소장 유출 의혹과 관련해 이뤄진 공수처의 압수수색이 위법적이라며 준항고를 제기한 상황이다. 수사를 할 수 없는 ‘행정경찰’이 압수수색 집행에 참여한 자체가 위법하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맞서 공수처는 파견경찰관도 적법하게 수사를 할 수 있었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했지만 법조계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다”는 시각이 가라앉지 않았었다.
옛 수원지검 수사팀은 최근 법원의 허가를 얻어 공수처가 준항고 사건 심리 재판부에 제시한 수사보고서 일부를 열람등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이번 준항고 사건을 맞아 “기소 전 유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는 의견서를 냈으며, 수원지검 수사팀은 이 주장의 근거를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공수처가 의견서에 첨부해 법원에 제출한 수사보고서에는 공소장 유출 의혹 사건의 수사 경과, ‘초안’의 기소 전 유출 가능성을 거론한 시기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가 과연 언제부터 ‘초안’의 유출을 의심했는지, 그 의심에 합당한 근거가 있었는지는 압수수색 위법성 여부 판단에서 큰 쟁점이 될 전망이다. ‘초안’이 지난해 5월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기소 이전에 유출됐다면 유출 주체는 수원지검 수사팀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지시에 따른 대검찰청의 감찰 결과 이번 사안은 형사사법정보시스템(킥스)에 등록된 문서의 유출이었고 수원지검 수사팀은 사실상 혐의를 벗은 상황이었다. 수원지검 수사팀이 오히려 사태 직후 킥스 등록 문서가 ‘보고용’으로 가공됐으며 사진은 전국검사배치표 위에서 찍혔다는 등의 진상조사 결과를 대검에 전달했고, 대검이 법무부에 “수원지검 수사팀은 연루된 정황이 없다”고 보고하기도 했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