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사전투표율… 엇갈리는 李·尹 유·불리론

입력 2022-03-07 04:03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가 6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관위 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함 보관장소 CCTV 통합관제센터에서 화면을 점검하고 있다. 선관위는 이날 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에 대해 “불편을 드려 매우 안타깝고 송구하다”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3·9 대선의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인 36.93%를 기록했다. 사전투표가 전국 단위 선거에 처음 적용된 2014년 이후 투표율이 30%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대선의 전체 유권자 4419만7692명 가운데 1632만3602명이 지난 4∼5일 이틀 동안 실시된 사전투표에 참여해 한 표를 던졌다. 이번 사전투표율은 기존 최고치였던 2020년 21대 총선(26.69%)과 비교해 10.24% 포인트나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사전투표율이 높았던 원인으로 지난 3일 전격적으로 성사된 야권 후보 단일화와 높은 정권교체 열기를 꼽았다. 또 오미크론 확산세가 계속되면서 분산 투표 심리가 커졌다는 것도 이유로 분석됐다. 초박빙 구도에서 여야가 앞다퉈 사전투표를 독려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번엔 전남(51.45%)과 전북(48.63%)의 사전투표율이 경북(41.02%) 경남(35.91%)에 비해 10% 포인트 이상 높았다. 이 때문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야권 후보 단일화 이후 위기감을 느낀 민주당 지지층이 강하게 결집했다는 것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최근 호남 지역을 집중 공략했고, 실제로 호남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상승하는 추세였다”며 “그럼에도 호남 사전투표율이 전국 최고를 기록한 것은 갑작스럽게 이뤄진 야권 단일화에 대한 반발의 성격이 크다”고 말했다.

토요일이었던 5일의 사전투표자가 평일이었던 4일 투표자보다 많았던 점도 민주당에 호재라는 분석도 있다. 4일 투표율은 17.57%였고, 토요일이었던 5일 투표율은 19.36%였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30, 40대는 경제활동 인구 비율이 높아 휴일 투표 성향이 강하다”면서 “반면 노동 인구가 적은 60대 이상에서 지지세가 강한 국민의힘은 평일 투표율이 높아야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사전투표율만 가지고는 민주당의 우세를 예측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사전투표=부정선거’ 인식이 강한 노년층이 대선 당일인 오는 9일 대거 투표장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영남권 사전투표율이 호남에 비해 낮게 나온 것은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사전투표 ‘부정선거 주장’을 믿는 보수 지지자가 많기 때문”이라며 “호남에서도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2030세대가 40, 50대에 비해 사전투표를 많이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사전투표 열기로 전체 투표율이 올라가면 오히려 윤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성수 한양대 정외과 교수는 “정권심판론이 60%에 달하는 상황에서 부동층은 투표장에서 차선책을 택할 것”이라며 “사전투표율 상승으로 투표 참여 인원이 늘어나면 정권교체 여론을 등에 업은 야권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이 후보의 ‘정치적 고향’인 경기 지역의 사전투표율(33.65%)이 전국 최하위에 그친 점도 주목하고 있다.

배 위원은 “경기에서 사전투표율이 낮게 나온 것은 선택을 늦추고 있는 유권자가 아직도 많다는 뜻”이라며 “텃밭인 경기에서 윤 후보와 표차를 벌려야 이길 수 있는 이 후보에겐 좋지 않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박세환 구승은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