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력 다해 방어선 구축… 원전·LNG 기지 고비 넘겨

입력 2022-03-07 04:07

경북 울진 산불은 한울원자력발전소와 삼척 액화천연가스(LNG) 기지까지 위협했지만 산림·소방 당국이 간신히 방어선 구축에 성공하면서 일단 한고비를 넘겼다.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순간 풍속 초속 25m 이상의 강풍을 타고 한울원자력본부 방향으로 번졌다.

한울원전은 산불 발생 지점과 직선거리로 11㎞ 정도 떨어져 있었다. 특히 산불이 7번 국도를 넘어 원전 3~4㎞ 떨어진 곳까지 번졌다.

불씨는 한울원자력본부 울타리 등 주변에 날아들었지만 소방 당국과 원전 자체 진화대가 함께 불을 끄고, 특수 소방차 등 24대를 투입해 막았다. 산림 당국도 원전 주변에 산불 차단제까지 뿌리며 방어했다. 한울원자력본부에는 원전 6기(한울 1∼6호기)가 운영 중이다.

한울원전 각 발전소 직원은 산불이 발생한 지난 4일 이후 24시간 비상대기 체제를 유지하며 주변지역 잔불 상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소방 당국도 풍속이 다소 느려지자 가용 인력과 장비를 모두 투입해 공세적으로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불길은 강한 바람을 타고 북쪽인 강원 삼척시 원덕읍 월천리 등으로도 번졌다. 불은 삼척시 원덕읍 호산리에 있는 LNG 생산기지 반경 600m까지 근접했다. 소방 당국은 LNG 기지를 포위하듯 둘러싼 상태에서 사전에 물을 뿌리는 예비 살수 작전을 펼쳤다. 산불은 이 시각 현재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서 위험한 상황은 벗어났다.

소방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35만ℓ 방수가 가능한 대용량 방사포 시스템 2대를 LNG 생산기지 인근에 배치했다. 방수포·주펌프·중계펌프·수중펌프·트레일러·지게차·포소화약제 탱크차 등 총 17대의 특수장비로 구성돼 있다. 이 장비를 활용하면 대형펌프차 26대가 동시에 방수하는 수준인 분당 7만5000ℓ의 소방용수를 최대 130m까지 방수할 수 있다. 바닷물이나 강물을 끌어쓸 수 있도록 호스 길이만 2.5㎞에 달한다. 삼척 LNG 생산기지에는 한국가스공사 직원 104명이 3조 2교대로 24시간 대비태세를 갖추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소방인력 34명, 소방차 25대도 배치됐다.

울진=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