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3·8 세계 여성의 날

입력 2022-03-07 04:10

내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의 날이다. 1908년 3월 8일 미국 여성 노동자 1만5000여명이 뉴욕의 한 광장에 모여 노동조건 개선과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것을 기념해 제정됐다. 당시 집회 참가자들은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고 외쳤다. 빵은 여성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장미는 참정권을 의미했다고 한다. 이 집회를 계기로 남녀 차별 철폐와 여성 지위 향상을 요구하는 운동이 세계 각국으로 번졌고 1977년 유엔은 세계 여성의 날을 공식화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성 단체들이 1985년부터 이날을 공식적으로 기념해 오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 광장에서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제37회 한국여성대회가 열렸다.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이 주관한 행사는 여성의 지위와 권익 향상, 이를 위한 사회적 관심과 연대를 촉구하는 자리였다. 코로나19로 인해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진행된 대회의 열기는 뜨거웠다. 참가자들은 ‘모두의 내일을 위해 오늘 페미니즘’ ‘혐오 정치 STOP, 성평등 정치 GO’를 외쳤다. 여연 공동대표들은 대회사에서 “코로나 팬데믹·기후 위기·돌봄·사회적 안전망의 위기로 인해 더욱 악화된 불평등과 양극화의 위험이 고스란히 여성의 삶과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며 “우리는 평등하고 안전한 모두의 미래를 위해 오늘의 페미니즘을 실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선을 눈앞에 둔 정치권에서는 성차별이 구조적이냐, 아니냐를 놓고 여전히 논쟁이 한창이다. 하지만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발표한 성격차지수에서 한국이 156개국 가운데 102위이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유리천장지수에서도 9년째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걸 보면 논쟁은 부질없다. 100대 기업 임원 중 여성의 비율은 4.8%, 국회의원은 19%에 불과하고 17개 광역 단체장 중에는 한 명도 없다. 인구의 절반이 여성인데 이렇다는 건 무얼 의미하나. 성평등을 외치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우리 사회가 더 적극적으로 호응해야 하는 이유다.

라동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