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부르는 황반변성, 한국인엔 ‘색소 검사’ 더 중요

입력 2022-03-08 04:05
안과검진 장면(위). 아래 왼쪽은 황반변성 환자의 시야로,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거나 중심 부분이 사라진 듯 보이지 않게 된다. 국민일보DB

주로 노화에 의한 눈질환인 황반변성은 망막(상이 맺히는 부위) 중심부에서 시력을 담당하는 황반이 변성돼 생기며 백내장, 녹내장과 함께 3대 실명 원인으로 꼽힌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사물의 형태가 점차 찌그러져 보이거나 중심 부분이 지워진 듯 보이지 않게 된다. 습성과 건성 황반변성으로 나뉘는데, 시력 상실을 유발하는 유형은 대부분 습성 황반변성이다.

전체 황반변성의 80~90%를 차지하는 건성은 심각한 시력저하를 초래하지는 않지만 오래 방치하면 습성 황반변성으로 진행될 수 있어 정기검진이 필요하다. 습성으로의 진행을 빠르게 포착해 치료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황반변성은 황반에 쌓인 노폐물인 ‘드루젠’과 망막의 색소가 짙어지거나 연해지는 ‘색소 이상’을 확인해 진단한다. 대부분의 서양인 황반변성 환자가 드루젠 소견을 보여 지금까지 국내에서도 이 물질 확인을 위주로 진단이 이뤄졌다.

그런데 국내 의료진이 드루젠 없이 색소 이상만을 보이는 한국인 황반변성 환자 사례를 다수 확인해 국제 학술지에 보고했다. 서양인과 달리 동양인 황반변성에서는 드루젠뿐 아니라 색소 이상 검사가 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세브란스병원 안과 변석호, 강남세브란스병원 이준원 교수팀은 2010~2016년 황반변성 진단을 받은 환자 중 드루젠 소견없이 색소 이상만 보인 241명을 대상으로 안저검사와 빛간섭단층촬영을 진행했다. 안저검사로 안구 안쪽의 망막 등을 찍고 빛을 이용한 단층촬영으로 망막과 황반의 단면을 촬영해 습성 황반변성으로 진행 가능성을 보이는 징후를 확인했다.

연구결과 안저검사에서 탈색소 병변의 크기가 클수록 습성 황반변성으로 진행 위험이 증가했고 탈색소 병변이 없는 경우 대비 위험도가 최대 23배 더 높았다.

또 안저검사에서 탈색소 병변을 보이고 빛간섭단층촬영에서 관찰된 ‘망막색소상피 올라감’ 소견의 크기가 클수록 망막색소상피가 정상인 경우 보다 위험도가 최대 132배나 높아졌다.

변석호 교수는 7일 “중심 시력을 담당하는 황반에 색소 이상이 발견되면 습성 변성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향후 한국인 등 동양인 황반변성 검진에서 탈색소 병변이 주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원 교수는 또 “안저검사와 빛간섭단층촬영을 함께 시행하는 정기검진을 통해 색소 이상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