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역자 두고 못 떠나… 지하실서 매일 예배”

입력 2022-03-07 03:01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머물고 있는 김교역(앞줄 가운데) 선교사가 최근 피신처인 은혜선교센터에서 성도들과 촬영한 영상 속 한 장면. 김교역 선교사 제공

김교역(70) 선교사는 현재 전쟁의 한복판인 우크라이나 키이우(키예프)에 있다. 그는 6일 카카오톡으로 국민일보 독자에게 보내는 음성 메시지를 보내왔는데 간추리자면 이런 내용이었다.

“나는 지금 여기(키이우)에서 우크라이나를 위해 기도하며 지내고 있다. 한국교회가 우크라이나를 위해 기도하고 재정적인 도움까지 준다면 우크라이나는 크게 쓰임 받는 나라가 될 것이다. 한국교회가 연합해 우크라이나를 돕는다면 하나님이 한국도 축복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왜 김 선교사는 위험천만한 지역인 키이우를 떠나지 않고 있는 것일까. 그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주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함께 생명을 바쳐 일한 이들이 키이우에 남아 있으니 혼자 떠날 순 없다”며 “내게 동역자들은 내 몸과 다름없는 사람들”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김 선교사는 현지 상황을 자세하게 들려주었다. 그는 현재 키이우에 있는 은혜선교센터에서 성도와 일반 시민 약 50명과 지내고 있다. 키이우 시민들은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대피하거나 지하철이나 건물 지하실에 숨어 혹시 모를 폭격에 대비하고 있는데, 김 선교사 역시 센터 지하실에서 사람들과 매일 예배를 드리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중이다. 그는 “가게들이 대부분 문을 닫은 탓에 식료품을 구하기 쉽지 않아 많은 시민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교역 선교사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김교역 선교사 제공

김 선교사는 1978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미국 국적을 취득한 미국인이다. 94년 로스앤젤레스(LA) 은혜한인교회(한기홍 목사)의 파송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사역을 시작했다. 그는 지난 28년 간 우크라이나에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학교들을 세웠고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으로 신음하는 이들을 돌보면서 현지인들에게 주님의 사랑을 전했다.

아내는 전쟁이 발발하기 약 한 달 전 건강 문제 탓에 LA로 돌아갔다. 자녀들(3남 2녀) 역시 LA에 거주하고 있다. 김 선교사는 “가족들에겐 틈틈이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안부를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를 비롯한 크리스천은 하나님의 역사를 알기에 믿음으로 버틸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 사람들 가운데 신앙이 없는 이들은 큰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하루 빨리 휴전이 되고 이 땅에 평화가 임하길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화를 끝낸 김 선교사는 자신들을 위해 기도하는 은혜한인교회 성도들에게 보냈던 영상 메시지를 보내왔다. 영상에서 한 시민은 이렇게 말했다. “이 전쟁이 언제 끝날지는 모르지만 하나님께서 이 땅을 축복하기 위해 이런 어려움을 주신 거라고 믿는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