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교권침해 보험

입력 2022-03-07 04:06

최근 모 일간지에서 보도한 ‘교권침해 보험 드는 선생님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고 적지 않은 당혹감을 느꼈다. 도대체 생경하기 짝이 없는 교권침해 보험이란 무엇인가? 암에 걸릴 것에 대비해서 암 보험에 들 듯이 교권침해에 대비해서 드는 것이 교권침해 보험일 터이다. 그러면 어떤 것이 교권침해인가? 그 신문 기사에 의하면 ‘교육 활동 중 폭행, 협박, 명예훼손, 성폭력 범죄나 부당한 간섭 등’을 당하는 경우를 예로 들었다.

지금 각급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보험에 들 정도로 교권침해가 심각하다고 한다. 초등학교의 어느 여교사는 수업을 방해하는 고학년 남학생에게 주의를 줬다가 “지X하네 X발”이라는 욕설을 듣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한다. 이렇게 훈계하는 여교사를 “아줌마”라고 부르는 등의 학생 폭언 이외에도 교사의 지도 방식에 불만을 품은 학부모가 교무실로 찾아와 교사를 폭행하는 사례까지 있다고 하니 교권침해 보험이라는 상품이 나올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보험회사도 영리 기관이기 때문에 수익성이 없으면 상품을 출시하지 않는다. 보험회사가 교권침해 보험을 상품으로 내놓았다는 것은 그만큼 교권침해 사례가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2019년 1월에 1559명이었던 가입자 수가 3년 만에 6833명으로 늘어났다. 이것은 해마다 교권침해 사례가 증가하고 그로 인한 교사들의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교가 왜 이렇게 돼버렸나. 현대사회가 물질을 숭상하고 정신적 가치를 가볍게 여긴 결과 많은 청소년은 가치관의 진공 상태에 빠져 도덕 불감증을 앓고 있다. 무엇이 옳은 일이고 무엇이 옳지 않은 일인지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청소년들의 심성은 극도로 황폐해져 반인륜적 범죄가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렇게 길을 잃고 헤매는 청소년들을 바르게 이끌 수단은 그래도 교육밖에 없다. 교육에도 여러 가지 형태의 교육이 있을 수 있지만 그중에서 학교 교육이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학생이 아침 8시에 등교해서 오후 4시에 하교한다고 가정하면 학생들은 하루 8시간을 학교에서 생활한다. 이것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과 맞먹는다. 그러니 여기서 인성을 기르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사회가 아무리 혼란스럽더라도 학교는 그 혼란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는 마지막 보루가 돼야 한다.

학교의 주체는 교사다. 교장도 아니고 학생도 아닌 교사가 교육을 이끄는 주체다. 그런데 이 교사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교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는 것이다. 걸핏하면 교사에게 폭언하고 걸핏하면 대들고 걸핏하면 휴대전화로 신고하는 교육 현장에서 아예 ‘무관심이 상책’이라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온다고 한다. ‘무관심이 증오보다 더 무섭다’는 말이 있다. 교사가 학생에게 무관심하다는 것은 교사가 교육을 포기한다는 말과 같다. 이것은 교사의 직무유기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 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현재 교직 생활에 만족하고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35.7%가 ‘그렇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또 ‘다시 태어난다면 교직을 선택하겠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한 비율이 31%였다고 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학교 교육에서 교육의 주체이어야 할 교사의 마음이 학교를 떠났다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된 원인이 버릇없는 학생들에게만 있지는 않고 보다 복합적인 여러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지금 학교 교육 즉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교육이 무너지면 사교육이 이를 대신할 수 있을까. 절대로 그렇게 될 수 없다. ‘사교육’은 명칭만 교육이지 교육이 아니다. 사교육 기관은 지식 장사를 하는 영리 기관이다. 그런데 지금 사교육의 덩치가 점점 커지고 있다. 사교육비 부담 때문에 출산을 꺼려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우리는 공교육을 살리는 데에 국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도 오는 9일 실시되는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누구도 공교육을 살리자는 공약을 내지 않고 있다. 앞으로는 공교육이 정상화돼 교권침해 보험 같은 상품이 없어지기를 바란다.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퇴계학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