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유럽 최대 규모의 우크라이나 원전 단지를 공격해 원자로 일부가 손상되고 화재가 발생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A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4일(현지시간) 남동부 자포리자주 에네르호다르시의 원전 단지를 점령했다. 이 과정에서 단지에 공격을 퍼부어 원자로 일부가 손상됐고 주변 건물에도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화재는 4시간 만에 진압됐고, 원자로도 안전한 상황이다.
자포리자 원전은 우크라이나 내 원자로 15기 중 6기를 보유한 대규모 단지다. 이곳에서 냉각시설 등이 폭발할 경우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보다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하마터면 ‘제2의 체르노빌’ 사태로 번질 수 있었던 이번 공격에 국제사회는 경악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무도한 행동이 유럽 전체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푸틴은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러시아군은 흑해 연안 도시 헤르손을 점령했으며 동남부 핵심 항구 도시 마리우폴도 포위했다. 푸틴은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무장조직과 가차 없는 싸움을 지속할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다. 다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2차 평화회담에서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통로 개설과 통로 주변 휴전에는 합의했다.
궁지에 몰린 푸틴이 극단적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미 백악관 상황실에서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핵무기를 배치하거나 몰도바와 조지아에 대한 추가 침공을 시도할 수 있는 상황이 논의됐다고 보도했다. 마크롱도 푸틴과 통화 후 측근들에게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