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역 완화 속도전, 커지는 ‘선거용’ 의구심

입력 2022-03-05 04:03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완화했다. 식당·카페 영업시간을 밤 11시까지 연장했다. 밤 9시에서 10시까지로 늦춘 지 2주 만에 더 풀었고, 기존 지침의 적용기간이 1주일 이상 남았는데 앞당겨 풀었다. 정부는 2주 전 거리두기를 완화하면서 “지침을 2주마다 개편해왔지만 이번엔 대선을 감안해 3주간 적용한다”고 밝혔었다. 이를 스스로 뒤집으며 대선을 닷새 앞두고 더 완화된 지침을 꺼냈다. 그토록 집착하던 방역패스도 전격 해제했다. 이런 일련의 조치는 정부가 뭔가에 쫓기듯 서두른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코로나 지표를 봐도, 전문가 의견을 들어봐도 방역 완화 속도전에 나설 만한 근거를 찾기 어려워 더욱 그렇다.

4일 발표된 신규 확진자는 26만명대로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 더 중요한 지표인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 수 역시 오미크론 확산 이후 가장 심각한 상황을 보였다. 사망은 186명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위중증도 800명에 근접했다. 문제는 아직 유행의 정점에 이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방역 당국도 2~3주 후에야 신규 확진 26만~35만명선에서 정점을 찍고 하락하리라 예상했는데, 그마저도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정점 때의 하루 사망자는 지금의 2, 3배가 되리란 예측도 나왔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런 상황에서 섣부른 방역 완화는 감염 규모를 불리고, 정점 수위를 높이고, 의료역량 소진을 앞당겨 피해를 키우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방역 강도 조정은 확산세가 정점을 찍고 하락국면에 들어섰을 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년 동안 확진·사망·위중증 수치가 지금보다 턱없이 낮았던 시기에도 경직된 방역지침을 고수했다. 모든 수치가 크게 악화된 지금은 오히려 방역 조치를 풀지 못해 안달이 난 듯 서두르고 있다. 오미크론 특성과 자영업자의 고통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아직 정점이 어디일지 알 수 없고 의료여력이 불안한 상황에서 이런 대응은 도박이다. 선거용 정치방역이란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사전투표 개시와 함께 대규모 이동과 집합이 불가피한 마지막 선거 일정이 시작됐다. 막바지 유세장에 모이는 인파도 계속 늘고 있다. 최악의 방역 여건 속에서 며칠을 보내야 한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선거용 방역은 유세와 투표 과정이 감염 확산 규모를 키우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다. 국무총리의 말처럼 3월은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매우 중차대한 고비다. 정치가 아닌 과학에 입각해 대응해야 오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