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버드 스트라이크

입력 2022-03-05 04:11

2009년 미국 뉴욕주 라과디아공항을 이륙한 US에어웨이즈 소속 에어버스 여객기가 불과 2분 만에 두 개의 엔진에 불이 붙어 허드슨강에 불시착한다. 여객기에는 승객과 승무원 155명이 타고 있었다. 하지만 단 한 명의 사상자도 없이 전원 구조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2016년 개봉한 톰 행크스 주연의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은 이를 소재로 제작된 할리우드 영화다.

이 사고는 새가 여객기에 충돌해 발생했다. 이처럼 새가 비행기에 부딪히거나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 항공사고를 유발하는 현상을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라고 부른다. 이로 인한 피해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1조원을 넘는다고 한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버드 스트라이크 발생 건수는 해마다 적게는 100여 건에서 많게는 수백 건에 이른다.

올 초 기체 이상으로 서산기지에 비상 동체착륙한 F-35A 스텔스 전투기 사고 원인도 버드 스트라이크였다. 군 당국 조사 결과 사고전투기는 약 330m 고도에서 시속 900㎞로 비행 중 무게 10㎏의 독수리와 충돌했다. 이때 전투기가 받는 충격량은 약 30t이었다고 한다. 추락하지 않은 게 기적이다.

버드 스트라이크는 공항 부근, 그리고 이착륙 시 주로 발생한다. 새는 일정 고도 이상 상승할 수 없기 때문에 이착륙 때처럼 비행고도가 낮으면 새와 부딪힐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 국립생물자원관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종다리(10.9%), 멧비둘기(5.9%), 황조롱이(3.6%) 순으로 충돌 빈도가 많았다. 조종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버드 스트라이크다. 공군병사들의 주요 임무 중 하나도 활주로에서 새를 쫓는 일이다.

세계 각국은 버드 스트라이크를 예방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소음 퇴치 등 전통적 방법 이외에 드론이나 DNA 바코드를 통한 첨단 기법도 쓰고 있으나 그 많은 새를 전부 막을 수는 없다. 새가 알아서 피하면 좋으련만 새가 비행기의 위험을 인식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고 한다.

이흥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