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진군이 지연되는 이유가 이 지역 특유의 ‘진흙’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영국 국방부는 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키이우로 진군하는 대규모 러시아군 행렬의 본대가 여전히 도시 중심부에서 30㎞ 넘게 떨어져 있다”며 “행렬은 지난 3일간 눈에 띄는 진전이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터키 공영방송국 TRT은 러시아 군이 라스푸티차 같은 토질 문제를 고려해 해상이나 공중에서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진격이 더딘 이유로 날씨가 꼽혔다.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 지역 등에선 날씨가 따뜻해지면 토양이 진흙으로 변하는 자연 현상인 ‘라스푸티차’가 발생한다. 보통 3월 말 해빙기와 10월 초 가을 장마 때 발생하는 라스푸티차 기간에는 자동차뿐 아니라 장갑차도 통행이 어렵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국토의 80%가 경작이 가능한 비옥한 흑토지대로, 비포장도로가 많아 갯벌처럼 땅이 변한다. 올해의 동유럽 지역의 기후가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예년보다 훨씬 따뜻해 우크라이나의 라스푸티차가 빨리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SNS에서는 러시아 군대의 탱크나 장갑차가 진흙에 빠져 움직이지 못 하는 영상들이 올라오고 있다.
프랑스 나폴레옹이나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도 라스푸티차 때문에 동진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전쟁에서 패했다.
러시아군의 진군 지연이 연료 부족에 기계 고장까지 겹친 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영국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저항과 기계 고장, 혼잡으로 인해 진군이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도 지난 1일 브리핑에서 “그들이 생각한 것보다 더 큰 저항에 직면했고 연료와 물류 문제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많은 경우에서 (러시아군의) 행렬이 사실상 가스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는 군대를 위한 식량도 바닥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